전쟁 중엔 탁월한 전과를 세운 군인을 현장에서 곧바로 진급시키는 경우가 있다. 말 그대로 실제 전투에서 능력을 증명했는데 더 무슨 검증이 필요하겠는가.
PGA 투어에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다. 콘페리 투어(2부 투어)에서 한 시즌에 3승을 거두면, 즉시 1부 투어 회원 자격을 얻어 다음 주부터 곧장 빅리그에 합류할 수 있다. 공식 명칭은 ‘3승 진급’이지만, 선수들은 흔히 ‘전장(戰場, battlefield) 진급’이라 부른다. 1997년에 마련된 이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13명이 PGA 투어로 직행했다.
제도의 발상은 군대에서 차용했지만, 실제 도입에는 1996년 투어를 뒤흔든 타이거 우즈의 돌풍, 그리고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자유롭게 끌어올리는 미국 프로야구의 관행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
19세 유망주 김민솔이 24일 열린 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솔은 정규 투어 시드가 없는 드림투어(2부 투어) 선수로, ‘추천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추천 선수 제도는 검증이 덜 된 하위권 선수나 2부 투어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장치다. 참고로 ‘초청 선수’는 해외 투어 유명 선수를 비롯한, 스타 선수를 모셔 오는 경우를 말한다.
김민솔은 올해 드림투어에서 이미 4승을 쌓았다. 만약 PGA 투어의 ‘3승 진급’ 제도가 KLPGA에도 있었다면, 그는 이번 대회에 추천선수가 아닌 정규 투어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을 것이다.
‘3승 진급’ 제도는 장점이 있다. 뛰어난 유망주가 신속히 1부 무대에서 경쟁할 길을 열어주며, 기량이 좋은 기존 선수가 시드전에서 컨디션이 나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2부 투어에서 뛰더라도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시즌 중이라도 정규투어로 올라올 수 있다.
2부 투어 무대에도 ‘3승 진급’을 향한 관심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리그 전체의 활력을 높여준다. 또한 선발 기준이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있는 추천 선수 제도 보완 장치가 될 수 있다.
만약 김민솔이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면 이번주 부터는 다시 2부 투어에서 뛰어야 한다. KLPGA로서는 모처럼 나온 대형 스타를 지키지 못할 뻔했다.
KLPGA가 이제는 비슷한 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드림투어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선수를 정규 투어로 조기에 끌어올린다면, 유망주 육성과 리그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