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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경제 총사령관 트럼프"…공화 일각선 반발·진보는 환영

연합뉴스

2025.08.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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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자유시장 철학 산산조각 내…기묘한 동맹 지형 연출"
"계획경제 총사령관 트럼프"…공화 일각선 반발·진보는 환영
"공화당의 자유시장 철학 산산조각 내…기묘한 동맹 지형 연출"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자본주의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며 여당인 공화당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반대 진영에선 환영의 박수가 나오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기 임기의 7개월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거래주의적 접근법을 채택하면서 민간 기업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법을 뒤집고 공화당의 자유시장 철학을 산산조각 냈다고 26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기사 제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계획경제주의 총사령관'(Dirigiste-in chief)으로 호명했다.
트럼프표 국가 자본주의는 시장이나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으로, 자유시장의 효율성과 장점을 내세우며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을 반대해온 공화당의 정통 노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 언론에선 '트럼프가 중국식 경제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 자본주의는 미 연방정부가 경영난에 빠진 미국의 간판 반도체 제조사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정점에 다다른 듯한 모양새다.
미국 보수 진영에선 산업 국유화란 비판이 나온다.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은 "사회주의는 말 그대로 정부가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오늘은 그게(표적) 인텔이지만 내일은 어떤 산업이라도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폴 의원이 사회주의자라고 지목해온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가 자신이 제안한 법안과 닮았다며 반색했다.
샌더스 의원은 "납세자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인텔 같은 대기업들에 지원금으로 수십억달러(수조원)를 제공해선 안 된다"며 정부에 이런 조치를 더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주문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그는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왜 어리석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불만을 갖나? 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이런 거래를 하루 종일 할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자들에게 "이와 같은 사례들을 더 많이 갖게 되기를 바란다"며 건강한 미국 기업들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계가 이에 동조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가 보수주의자로부터는 격렬한 반발을, 좌파로부터는 찬사를 끌어내며 그의 독특한 세계관이 빚어낸 기묘한 동맹 지형을 연출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공화당의 정체성이었던 자유시장 경제론과 결별한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열렬한 관세 신봉에서부터 US스틸 인수 허가 대가로 일본제철로부터 받아낸 황금주에 이르기까지 국가 자본주의의 잔영이 어른거린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에는 미 국방부가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 운영사인 MP 머티리얼스의 최대주주가 됐고, 최근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칩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대가로 그 매출액의 15%를 정부가 받기로 했다.
더 나아가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고 월마트에는 관세 비용에 따른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코카콜라에는 원료 성분을 변경하라고 주문했다.
심지어 백악관이 정치적 충성도에 따라 순위를 매긴 수백개 기업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자유경제 성향의 싱크탱크 케이토 인스티튜트의 스콧 린치컴은 "미국의 정책으로는 상당히 터무니없다"며 "우리가 이런 일을 했던 유일한 시기는, 그러지 않을 경우 경제가 붕괴할 전시나 2007∼2009년의 금융 위기뿐이었다"고 말했다.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 밥 잉글리스도 "이 조치는 우리 보수주의자들이 전통적으로 반대해온 국가 주도 자본주의로 가는 문을 여는 것"이라며 "이건 보수주의 공화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반발 사례는 더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엑스(X)에 "인텔 거래는 더 많은 정부 보조금과 낮은 생산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 에릭 에릭슨도 엑스에 이번 조치가 "공화당이란 이름표를 단 사회주의"라고 공격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완화, 감세 같은 자유시장 정책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들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로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고,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경제학자 로런스 서머스는 인텔 지분 인수 자체는 합리적일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성장을 둔화시킬 자의적인 경제 운영의 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서머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규칙에 따른 시장 메커니즘에 맡기기보다는 민간 부문의 활동을 조직화해 승자와 패자를 골라낸 전력이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에 대해 가진 지렛대를 이용해 돈이나 주식을 갈취하는 거래식 자본주의는 건강한 경제 전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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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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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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