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옌스 카스트로프(22)가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한국 축구는 다문화와 융합이라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마주하게 됐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25일 9월 미주원정에 나설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은 2003년 독일 뒤셀도르프 출생으로,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카스트로프가 외국 태생의 혼혈 선수로는 최초로 우리나라 남자 축구 성인 대표팀에서 뛰게 된 것이다.
카스트로프는 “제 피는 독일과 한국 50대50이지만, 제 마음은 한국”이라며 태극마크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여자 대표팀에는 미국에서 미국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 국적을 가진 케이시 유진 페어(유르고르덴)가 활약하고 있다.
남자 대표팀의 역대 혼혈 선수로 한국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1998 프랑스 월드컵에 나갔던 수비수 장대일,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강수일이 있으나 이들은 모두 출생지가 한국이었다.
한국 축구에는 신의손(사리체프), 이성남(데니스), 이싸빅(싸빅) 등의 귀화 선수가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또 2002년 마시엘, 2012년 에닝요, 2022년 세징야 등 수 브라질 선수 귀화 얘기가 나왔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정서도 한몫했다.
그러나 ‘다문화 축구’는 대세가 된 지 오래됐다. 27년 전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대표팀이 첫 손에 꼽힌다. 프랑스 축구의 자존심인 지네딘 지단은 알제리계이고, 공격을 이끈 티에리 앙리도 부모가 모두 카리브해 주변 나라 출신이다. 당시 우승 멤버 22명 중 12명이 해외 출신이거나 이민자 후손이었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다문화 포용을 통해 국가 통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가 크로아티아를 꺾고 우승을 재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킬리안 음바페는 카메룬인 아버지와 알제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폴 포그바는 부모가 모두 가나인인 이민 2세이며 앙투안 그리에즈만 역시 아버지는 독일계, 어머니는 포르투갈계다. 프랑스 대표팀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2010년대부터 2020년대를 풍미한 벨기에 황금세대도 이민자 가정 출신이 힘을 보탰다. 로멜루 루카쿠, 뱅상 콤파니가 콩고 이민자 출신이며 마루앙 펠리아니는 모로코 이민자 가정 태생이다. 이들의 활약을 발판으로 벨기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모로코도 복수국적자들이 뭉친 ‘연합군’이다. 모로코는 출전 선수 26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이 귀화 선수다. 대다수가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다. 로맹 사이스, 소피앙 부팔(이상 프랑스), 소피앙 암라바트(네덜란드), 무니르 모하메디(스페인), 아나스 자루리(벨기에), 압델하미드 사비리(독일) 등 다양한 나라에서 자라난 선수가 힘을 합쳐 월드컵 4강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다문화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문화의 차이에 따른 차별과 배제는 여전히 축구계에 남아있는 숙제다. 앞으로 한국 축구가 마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자메이카 태생으로 잉글랜드로 이주해 대표팀에서도 뛰었던 공격수 라힘 스털링은 지난 2020년 “수백 년 동안 지속한 인종차별에 진절머리가 났고, 이제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과 흑인 선수에 대한 영국 언론의 인식을 비판하는 발언도 자주 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언어 소통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면서 “이강인도 어려서부터 스페인에서 성장했지만 대표팀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요즘은 국제 교류가 활발해져 과거와 달리 팀에 적응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