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담대 사기 혐의 연준 이사에 즉각 해임 통보(종합)
리사 쿡 이사 "법적 근거없다"며 사임 거부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주종국 기자 =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받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했다.
하지만 쿡 이사는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사임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쿡 이사에게 해임을 통보하는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2조와 1913년 연준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쿡 이사를 이사직에서 즉각 해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미국민은 정책 입안과 연준 감독을 맡긴 이사들의 정직성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 사안과 관련한 당신의 기만적이고 범죄일 수 있는 행동을 고려하면 미국민들은 당신을 신뢰할 수 없으며 난 당신의 진실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쿡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몇시간 뒤인 이날 저녁 변호사를 통해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나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며, 2022년부터 해왔듯이 미국 경제를 돕기 위해 내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쿡 이사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로웰 아베는 "우리는 그(트럼프)가 시도한 불법적 행위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은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쿡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제기했으며 법무부는 쿡 이사를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풀테 청장이 제기한 혐의는 쿡 이사가 2021년 미시간주의 부동산에 대해 20만3천달러(약 2억8천만원), 조지아주의 부동산에 대해 54만달러(약 7억5천만원) 대출을 각각 받으면서 이들 부동산이 주거용이라고 밝혔지만, 조지아의 부동산을 2022년 임대로 내놨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거용 주택담보대출은 투자·임대용보다 금리가 낫고 담보인정비율(LTV)이 높게 책정되는 등 조건이 좋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의 사퇴를 촉구해왔다.
쿡 이사는 2022년에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했다. 2023년에 연임됐으며, 임기는 오는 2038년 1월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사퇴를 거듭 촉구하는 등 연준 이사 구성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쿡 이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당연직 위원이다.
쿡 이사 해임 소식은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발표 후 달러화 가치는 최대 0.3% 하락했고 금값은 0.6%까지 상승했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도 하락했다.
쿡 이사가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달러화는 일부 손실을 만회했고 금값은 상승분을 줄였다.
쿡 이사 해임 소식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부딪혔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쿡 이사를 해고하려는 불법적인 시도는 미국인들의 비용을 낮추지 못한 자신의 실패를 덮을 희생양을 찾고 있는 절박한 대통령의 최근 사례"라면서 "이는 연준 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권위주의적 권력 장악으로 법정에서 뒤집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뱅크의 로드리고 카트릴 전략가는 "쿡 이사를 구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는 전제하에 쿡 이사의 해임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 교체에 성공한다면, 잠재적으로 연준에서 네 명의 이사가 자신의 견해에 동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이사들이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연준의 의무를 다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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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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