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보안국 건물 폭파 위해 50대 여성 고용"
"전화 사기로 올가미 씌운 뒤 폭탄 테러 사주"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러시아 당국이 크림반도에 있는 연방보안국(FSB) 본부 테러 시도에 대해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FSB는 이날 크림반도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FSB 본부에 대해 폭탄 테러를 시도한 혐의로 54세의 러시아 국적 여성을 체포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FSB는 볼고그라드 출신의 이 여성이 정교회 성화 내부에 폭발물을 숨겨 반입하려다 보안 검색대에서 적발됐다면서 폭발 장치의 위력이 TNT 1㎏에 맞먹는다고 전했다.
또한 이 여성이 택배를 통해 전달받은 이 폭발물에는 외국제 플라스틱 폭약과 암호로 작동되는 기폭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폭약은 플라스틱을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처럼 쉽게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FSB는 폭발물이 터졌다면 본부 직원들을 포함해 어쩌면 테러를 시도한 여성 본인도 사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FSB는 이 사건에 대해 형사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FSB는 우크라이나에서 폭탄 테러를 사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스는 이 여성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포섭 작전이 체계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타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보안국(SBU) 요원은 지난 5월 이 여성에게 FSB 요원을 사칭하는 전화를 걸어 "당신의 위임장으로 테러리스트가 대출을 받아 우크라이나군에 송금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피하려면 300만루블(약 5천200만원) 이상을 대출받아 자신들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의 속임에 넘어간 이 여성이 그 돈을 되찾기 위해 폭탄 운반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 내부에서 파괴공작(사보타주)과 암살 시도를 포함한 여러 비밀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4월 FSB는 라트비아와 가까운 서북부 국경도시 프스코프에서 차량 검문 도중 정교회 성화 안에 숨겨진 외국산 폭발물을 발견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유럽을 거쳐 들여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러시아 무장조직 지도자 아르멘 사르키시안은 지난 2월 모스크바 북서쪽에 있는 한 고급 아파트 로비에서 소파에 숨겨진 폭발 장치가 터져 사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군에서 화생방(방사능·생물학·화학) 무기를 총괄한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과 그의 보좌관 2명이 모스크바 대로변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