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 식품관 매장 면적 순위가 다시 바뀌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6일 4000㎡(약 1200평) 규모의 프리미엄 델리 전문관을 연다고 밝혔다. 앞서 새 단장을 끝낸 스위트 파크(2024년 2월), 하우스 오브 신세계(2024년 6월), 신세계 마켓(2025년 2월)에 이은 네 번째 식품 공간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년간 진행한 강남점 식품관 프로젝트를 통해 합산 영업 면적을 2만㎡(약 6000평)까지 확보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날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 백화점 중 식품관 면적 1위는 롯데백화점 동탄점으로 1만8900㎡(약 5710평)이었다. 1100㎡ 차이로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이 롯데를 제친 거다.
오프라인 유통의 불황에도 백화점 식품관은 오히려 덩치를 키우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롯데·현대 백화점도 식품관 새 단장을 통해 영업 면적을 넓히고 있다. 신규 점포를 늘리기보다 기존 점포의 강점을 강화해야 오프라인 매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전략에서다.
특히, 대형 식품관은 모객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검증된 전략이란 게 유통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2021년 개장한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초대형 식품관을 앞세워 모객에 성공했다. 초대형 식품관은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도 백화점으로 이끌고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더현대서울은 다양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무기로, 개장 초 40개국이던 방문 외국인 고객 출신국가 수를 지난해엔 156곳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백화점 3사 식품관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식품관(식당가 포함)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0%, 11.5%, 7.5% 늘었다. 비식품을 포함한 전체 매출 증가율이 2%에 미치지 못한 것에 비하면 증가 폭이 꽤 크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물질 소비를 넘어 ‘경험 소비’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백화점들의 식품관 경쟁을 달구는 배경이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물질 소비와 달리 경험 소비는 순간의 즐거움이나 체험을 중시한다. 경험과 소셜미디어(SNS)를 중시하는 2030세대를 붙잡으려는 백화점 3사의 피나는 노력이 식품관 경쟁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고가 명품과 달리 식품은 구매가격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경험 소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5060 세대도 백화점 식품관을 찾는 주요 고객이다. 김종흠 인천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경험 소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식품관을 새로 단장한 백화점들은 ‘1호 브랜드’ 영입을 놓고도 뜨겁게 경쟁한다. 해외의 유명 식당이나 식품 브랜드를 가장 먼저 입점시키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식품관에 일본 오니기리 전문 매장 ‘교토 오니마루’와 베트남 하노이 건강식 레스토랑인 ‘블루 버터플라이’를 유치했다. 두 식당 모두 국내 1호점이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간편식 위주인 기존 델리 코너와 달리 한식과 양식, 아시안 등 다양한 분야의 식사를 고급 레스토랑에 준하는 수준으로 갖췄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갤러리아는 올 4월 프랑스 프리미엄 버터 브랜드 라콩비에트의 베이커리 전문점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왔다. 의류·화장품 등과 달리 브랜드 의존도가 낮은 식품은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