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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투자" "무기도 사라"…합의 없던 옵션 꺼낸 트럼프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2025.08.26 01:20 2025.08.26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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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명록 작성 때 사용한 만년필을 선물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투자 참여를 언급했다. 지난달 한미 양국이 타결한 무역 합의에서는 빠졌던 의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알래스카 에너지와 관련해 한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곧 한국과 합작 투자(조인트 벤처) 형태로 합의를 맺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는 일본도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강조해 온 숙원 사업으로, 천연가스가 매장된 북부 노스슬로프와 남부의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1300㎞의 구간에 가스관을 건설하고, 여기서 생산한 LNG의 장기 구매까지 연계한 프로젝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한국의 참여를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초기 사업비만 대략 약 440억 달러(약 61조원)에 달하는 등 리스크가 큰 이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무역 합의 때도 한국은 알래스카 투자 대신 LNG·원유 등 미국산 에너지를 1000억 달러어치만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압박에 나서면서 한국에 추가적인 부담이 생긴 셈이다.

이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무적으로는 알래스카 LNG를 특정해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만큼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 사업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면서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간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도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추진 알래스카 LNG 개발 그래픽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과의 대화 도중 미국산 무기 구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군사 장비를 만든다”며“한국은 군사 장비의 큰 구매자이며, 우리는 그것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그동안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던 의제다.

다만 방위비 증액을 전제로 미국산 무기 구매가 추후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은 남았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국방비 증액은 무기 구매력 확대, 국방력 개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산 무기 구매의 경우 꼭 필요한 영역에서 첨단 무기를 구매하려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 이 역시 미국과 마음이 맞는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한국과 무역 합의에 대해 “한국은 동의했던 대로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구두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번 큰 틀의 합의를 토대로 구체적인 조율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에 앞서 이견 조율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던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1500억 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직접투자(FDI)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관세협상의 결과물이었던 3500억 달러(약 48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와는 별개다. 이럴 경우 대미 투자 규모는 50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3500억 달러는 대출∙보증 등 금융 패키지를 지원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3500억 달러를 어떻게 조성하고, 투자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일단 양국은 조선 분야에 최대 1500억 달러,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에너지∙광물∙배터리∙의약품∙퀀텀컴퓨팅 등 전략 산업 강화를 지원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금융 패키지에 관해 “양국이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형태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를 위해 법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영역이나 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은만큼 한국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실무 협의 과정에서 양국 간 이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할 수 있다. 통상 분야의 청구서는 아직 공란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 실장은 “우리 쪽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고, 미국 또한 그쪽이 구상하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장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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