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대한항공과 현대차그룹이 각각 499억달러(약 70조원),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10억달러(약 29조원)에 이은 추가 투자다. 미국 기업 제품을 사고,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지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기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25일(현지시간) 대한항공은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항공기 103대를 362억 달러(약 50조원)에 구매하기로 했다. 엔진 제조사 GE에어로스페이스·CFM로부터는 예비 엔진 총 19대를 6억9000만 달러(약 1조원)에 구매한다. 대한한공은 GE에어로스페이스와 130억 달러(약 18조2000억원) 규모의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도 추진해 20년간 항공기 28대에 대한 엔진 정비도 받기로 했다. 총 499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는 대한항공 창사 이래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이번 항공기 도입 계획은 2030년대 말까지 순차적으로 이행된다.
대한항공은 2년 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항공기를 대량 구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항공 업계에선 코로나19 같은 변수나 제작사 사정 등으로 항공기 인도 시점이 지연되는 데 대비해 주문 시점을 앞당기는 추세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항공기 발주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MOU는 미국과의 항공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자 한ㆍ미 우호 증진의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보잉 외에도 프랫 앤 휘트니(P&W),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항공 산업계와 다양한 형태로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대미 투자 규모를 총 260억달러로 늘렸다. 지난 3월 발표한 4년간 210억 달러(약 29조원) 투자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더 보탠다. 연간 생산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미국에 신설하는 계획이 추가되면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섬에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로봇 개 스팟,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 등을 제작하는데, 그동안은 별도의 공장 없이 본사에서 연구ㆍ개발ㆍ제조를 맡아왔다.
현지에 공장을 마련하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상업용 로봇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새 로봇 공장은 미국 내 로봇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해 향후 확대될 로봇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 말부터 아틀라스를 미국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공장에 시범 투입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 공정에 도입할 예정이다.
제철ㆍ자동차 분야는 현지 공급망 강화에 힘을 쏟는다.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중인 제철소는 저탄소ㆍ고품질 강판을 생산해 자동차 등 미국 핵심 전략 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철강부터 부품,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내 자동차 생산 능력도 확대한다. 전기차ㆍ하이브리드ㆍ내연 기관 등 다양한 차종을 빠르게 생산해 미국 소비자의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부품ㆍ물류 그룹사도 현지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의 현지 조달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