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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위비 대신 땅 노리나 “미군기지 부지 소유권 원해”

중앙일보

2025.08.26 08:58 2025.08.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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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군사기지가 있는 (한국)땅의 소유권(ownership)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돌연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한국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는데, 방위비 문제와 미군기지 소유권 문제를 처음 연계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한국에는 4만 명이 넘는 (미군)병력이 있다”며 “지금은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친구였고 지금도 친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 첫 임기 때 한국은 주둔 비용을 내기로 합의했지만, 바이든이 들어오고 나서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기로 했고 수십억 달러를 포기했다”며 돌연 방위비 문제를 꺼냈다. 그러더니 “그들(한국)은 ‘우리는 미국에 땅을 제공했다’고 말했지만, 나는 ‘아니요. 당신들은 땅을 주지 않았고 우리에게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또 “빌려주는 것과 주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이 대통령을 향해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한국에 우리가 큰 요새를 가지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달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요새를 짓는 데 많은 돈을 썼다. 대규모 군사기지가 있는 부지의 임차권을 없애고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서다.

맥락상 이는 한국의 방위비를 올릴 수 없다면, 땅으로라도 받아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답게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소유권을 넘겨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보인 셈이다. 이는 곧 분담금을 더 낼 수 없다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암시도 될 수 있다.

트럼프가 염두에 둔 건 2017년 방문했던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추정된다. 하지만 캠프 험프리스를 포함한 주한미군 부지는 한국 정부가 소유하되 미 측에 무상 임대하는 형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주한미군 부지는 공여하는 것”이라며 “리스나 지대를 받는 개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주일·주필리핀 미군기지도 부지의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의 영토 주권 침해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은 자국군의 주둔을 위한 한국 내 시설·구역의 사용을 ‘공여받고(granted)’(2조), 한국은 모든 시설·구역 및 통행권을 ‘제공(furnish)할 것’(5조)이라고 규정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도 어긋날 소지가 크다. 이에 더해 한국은 그간 미군 주둔 비용 분담액을 꾸준히 늘려 왔다.

이와 별개로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기지 부지까지 소유한다면, 이를 대중 전초기지로 용도를 변경하는 등 원하는 대로 처분하는 것도 보다 유용해질 수 있다.

다만 이런 발언이 즉흥적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미 국방부는 현재 국가방위전략(NDS)을 비롯해 해외 주둔 미군의 재조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미 정부의 방향성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게 배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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