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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웃게한 대통령 “북에 트럼프 월드를, 나도 골프 치자”

중앙일보

2025.08.26 08:59 2025.08.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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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명장이 만든 ‘사즉생 생즉사’가 적힌 금속 거북선을 선물했다고 공개했다. [사진 대통령실]
한번 뇌리에 박힌 첫인상을 쉽게 지우지 않고 틀린 정보를 거침없이 내뱉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도드라졌다. 트럼프는 전반부 약 50분 동안 생중계된 회담에서 “알래스카에서 한국과 합작 투자(joint venture)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국은 지난달 말 관세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대한 구매 의사를 밝힌 게 전부였다. 트럼프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주한미군 규모(2만8500명)를 4만 명이라고 부풀려온 주장도 반복했다.

이 대통령 “테러경험 공유, 끈끈한 공감대”
트럼프는 한국사에 대한 인식의 뿌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라는 점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시 주석이 말하길 한국은 2000년 동안 중국과 51번 전쟁을 했다, 한국은 당시 남과 북이 아닌 하나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도 시 주석을 인용해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고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나아가고 싶어 하는데 한국이 그 문제에 매우 집착했다”말했다. 1기 행정부 시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영향으로 갖게 된 인식 그대로였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과거 정치 테러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썼다.

트럼프보다 짙은 빨간 넥타이를 맨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트럼프 특유의 스타일에 맞서지 않고 코드를 맞췄다. 빨간색은 미국 공화당의 상징색이다. 내내 자세를 곧추세우고 두 손을 허벅지 위에 단정하게 올려놓은 채 대화하는 모습은 구부정한 자세의 트럼프와 대비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회담 장소인 백악관 오벌오피스가 최근 새로 단장한 점을 거론하며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정말 보기 좋다”는 칭찬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다우존스지수 최고치 경신, 미 제조업 르네상스 등을 화제로 트럼프를 추켜세웠다. 다소 경직됐던 트럼프의 표정이 확 풀린 것은 이 대통령이 “김정은과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할 때였다. 트럼프는 “이 대통령이 이를 도울 수 있다. 당신의 접근법이 (이전 한국 지도자들보다) 훨씬 낫다”며 웃음을 머금었다. 트럼프는 비공개 회담에서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간 “미국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이 그를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8일 뉴욕타임스)이라는 미국 언론들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 효과를 본 셈이다.

트럼프가 회담 3시간 전 SNS에 올린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는 글의 여파로 긴장감이 돌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반전시킨 건 사전 분석과 반복적인 예행연습이 있어 가능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찾아 “트럼프가 절 만나기 전 매우 위협적으로 SNS를 써서 우리 참모들 사이엔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다. 저는 그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인간 트럼프에 철저하게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peace maker)를 하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는 말도 ‘피스 메이커’가 트럼프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표현이라서 꺼냈다는 게 이 수석의 설명이다.

트럼프, 펜에 관심 보이자 대통령이 선물
대통령실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백악관 방명록 서명에 사용한 펜을 선물했다고 공개했다. [사진 대통령실]
이 대통령은 백악관 방명록 서명 때 사용한 펜에 트럼프가 “두께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며 관심을 보이자 즉석에서 선물했다. 국내 수제 펜 브랜드 제나일에 주문해 두 달여에 걸쳐 2개만 제작된 제품이었다.

대통령실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국산 골드파이브 수제 맞춤형 퍼터를 선물했다고 공개했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카우보이 마가(MAGA) 모자 세트를 선물했다고 공개했다. [사진 대통령실]
국산 수제 퍼터, 소형 금속 거북선 모형,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카우보이 모자 등 트럼프에게 건넨 선물은 장기간에 걸쳐 준비한 물건이었다. 골프광인 트럼프의 체형에 맞춘 퍼터는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6월 초에 의뢰해 제작됐다. 거북선을 만든 오정철 대한민국 기계조립 명장은 “7월 말 외교부의 의뢰를 받아 8월 초부터 밤낮없이 15일을 쏟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기념 메달과 마가 모자를 전달했다. [사진 대통령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라고 쓴 친필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진 대통령실]
트럼프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피습 사진이 실린 사진첩을 선물했다. 또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쓴 자필 카드도 선물했다.





윤지원.김경미.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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