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부터 내달초까지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전승절 잇따라 개최
싱크탱크 "SCO, 중러 지정학 협력 시범 모델"…실질성과에 회의적 목소리도
안방서 反서방 세력 결집 나서는 中…세계 질서 재편 속도 내나
이달말부터 내달초까지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전승절 잇따라 개최
싱크탱크 "SCO, 중러 지정학 협력 시범 모델"…실질성과에 회의적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미국과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이달 말부터 내달 초까지 자국 내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하는 등 반(反) 서방 세력 결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중국중앙TV(CCTV)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중국 톈진에서 개최되는 SCO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외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 20여개국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 까우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 등 10개 국제기구 대표를 SCO 정상회의에 공식 초청했다.
이들이 모두 참석할 경우 올해 SCO 정상회의는 2001년 출범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에 이번 SCO는 세계 질서 재편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협력 시범 모델'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어 내달 3일 베이징에서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대회'(전승절)와 열병식이 대대적으로 열린다.
특히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처음인 이번 열병식에도 푸틴 대통령, 모디 총리 등 각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중국은 그간 공들여온 군 현대화의 성과를 유감없이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 SCO로 反서방 연대 세 과시…"다극적 세계 질서 구축 추구"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 중심의 서방 진영에 대항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 구축' 시도로 읽힌다.
로이터통신은 SCO를 통해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 국가 간 강력한 연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러시아의 '외교적 쿠데타'를 돕고 있다고 평가했다.
SCO는 2001년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으로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분야 다자 협력체다. 이후 인도·파키스탄·이란·벨라루스 등 반서방 성향 국가들이 참여해 현재 10개 정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외교 전문 웹사이트 '중국-글로벌사우스 프로젝트' 개설자인 에릭 올랜더는 로이터에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이 지난 1월 이후 중국, 이란, 러시아, 그리고 인도에 대응하기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는 "2001년 안보 문제를 위한 지역 협력기구로 출범한 SCO는 그 역할을 대폭 확장해왔으며, 현재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정학적 사안에서의 협력을 제도화하는 시범 모델이 됐다"고 평가했다.
클라우스 쑹 MERIC 연구원은 "이들의 목표는 서방 중심의 질서 밖에서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을 정당화하고, 다극적 권력 분산을 기반으로 하는 대안 질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역시 이 같은 분석을 일부 긍정하며 세를 과시하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정상회의 참석 국가와 초청 대상자를 열거한 뒤 "SCO는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 역시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 중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SCO의 방향성에 대해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SCO의 국제적 영향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다극적 세계 질서 구축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실질적 성과에 물음표…"이해관계 다르고, 실행력 부족"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CO가 서방에 대항하는 공동 협력체로서 실질적 역할을 제대로 할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포착된다.
공동 행동을 위한 영향력이나 제재 수단이 부족한 데다 10개 회원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쑹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는 동맹 관계이지만, 중앙아시아를 자국 영향 아래 두는 데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상충한다"면서 "SCO 회원국 간 관계는 실제로는 동맹보다 갈등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미국으로부터 관세 압박을 받는 인도에 대해서도 "중국, 러시아, 서방을 포함한 주요 강대국들과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호주·일본과의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 회원국인 동시에, 중국과는 국경 분쟁을 여전히 겪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SCO는 공통된 가치와 일관된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부족할 뿐 아니라, 집단행동에 나설 구체적 지렛대가 없다"면서 "그 한계는 정회원국인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관련한 대응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당시 SCO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성명 발표와 긴장 완화 촉구 외에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했고, 해당 성명에 인도는 동참하지도 않았다.
인도 싱크탱크 탁샤실라연구소의 마노즈 케왈라마니는 "SCO가 정확히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는 매우 모호하다"면서 "다만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을 불러 모으는 힘은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중심의 서사를 투영하는 플랫폼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전승절 열병식에선 각국 지도자 앞에서 군사력 과시 전망
SCO 정상회의 직후인 다음 달 3일 진행되는 전승절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는 것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다.
우선 중국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차세대 무기 장비를 집중 공개하며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열병식에 선보일 최신예 대함 미사일, 전투 드론, 핵탄두 탑재 가능 탄도미사일 등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비영리 안보 싱크탱크 '오픈 핵 네트워크(ONN)'의 톈란 쉬 수석분석가는 이번 열병식에 (상대국의) 함선 탑재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초음속 시스템 등의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무기를 등장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시점에 중국 당국이 첨단 무기들을 적극 공개하려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이 현재 고관세·무역 협상을 포함해 정치·외교·안보·경제 분야에서 갈등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트럼프 미 행정부를 향해 강경 대응 의지를 보이면서, SCO 정상회의를 전후해 잠재적인 무기 구매국들을 상대로 세일즈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전승절 열병식에는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등 동남아시아 지도자들도 참석자로 거론된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참석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연합(EU) 대사를 비롯한 중국 주재 유럽 외교관들이 불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본이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 전승절 행사 참석을 보류해 줄 것을 외교 경로로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요국의 참석 여부는 더욱 정치·외교적 함의를 갖게 됐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2015년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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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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