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법원, '정부예산 유용 혐의' 전직 대통령 보석 허가
2천300만원 보증금 조건…법원 앞에 지지자 몰려 석방 촉구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스리랑카 법원이 정부 예산을 유용한 혐의로 최근 경찰에 체포돼 구금된 라닐 위크라메싱게(76) 전 대통령의 보석을 나흘 만에 허가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콜롬보 포트 지방법원은 전날 500만 스리랑카 루피(약 2천300만원)를 보증금으로 내는 조건으로 위크라메싱게 전 대통령에게 석방을 명령했다.
지난 23일부터 나흘 동안 구금된 그는 급성 당뇨병과 고혈압 등으로 콜롬보 국립병원에서 치료받았고, 전날 오후에 열린 보석 심리도 화상 재판으로 받았다.
보석 심리 때 변호인단은 그의 의료 기록을 토대로 현재 관상동맥 4개 가운데 3개가 막혀 있고 여러 합병증도 앓고 있다며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석 심리가 열린 콜롬보 포트 지방법원 밖에는 야당 정치인을 포함해 위크라메싱게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현지 방송사는 지지자 일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다가 한 경찰관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위크라메싱게 전 대통령은 재직 중인 2023년 9월 아내의 대학 행사 참석을 위해 개인적으로 영국을 방문하면서 정부 자금을 쓴 혐의(공공재산법 위반)로 최근 경찰에 체포됐다.
1993년부터 6차례나 총리를 지낸 그는 장기 집권한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2005∼2015년 재임)과 동생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2019∼2022년 재임) 형제가 2022년 국가부도 사태로 물러난 뒤 대통령이 됐다.
위크라메싱게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국제통화기금(IMF) 요구에 응해 긴축 정책을 실시했고, 경제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열린 대선에서 좌파 인민해방전선(JVP) 소속 아누라 디사나야케(56) 현 대통령에게 패했다.
부패 척결을 내걸고 집권한 다사나야케 정부는 라자팍사 정권 당시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반부패 수사를 하고 있다.
위크라메싱게 전 대통령은 수사 대상자 가운데 최고위직 출신이며 전직 대통령 중에서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