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달 들어 10여차례 러 석유시설 공격…한때 전체 정유능력 17% 마비
러, 우크라 가스관·열병합발전소 등 노려…개전후 상호 에너지시설 공격 최고조
러-우크라, 에너지 공습 격화…종전협상서 상대입지 약화 목적
우크라, 이달 들어 10여차례 러 석유시설 공격…한때 전체 정유능력 17% 마비
러, 우크라 가스관·열병합발전소 등 노려…개전후 상호 에너지시설 공격 최고조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석유·가스·전기 등 에너지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이 한동안 뜸하다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
양측은 한때 에너지 시설 공격을 중단한다는 합의까지 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평화협상이 궤도에 오르면서 종전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에너지시설 공격이 다시 급격히 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들어서만 최소 10차례 이상 러시아 본토의 석유 관련 시설들을 공격했다.
러시아는 이 중 절반가량의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에너지시설 공세로 러시아 전체의 정유 능력의 17%가 한때 마비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러시아의 기름값이 치솟은 것은 물론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한 달간 러시아의 휘발유 도매가는 12% 급등했고, 전국적으로도 휘발유 품귀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주로 장거리 공격용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남서부와 중부 정유시설들을 노리고 있다.
이 중에는 러시아 남부 최대 정유시설인 볼고그라드의 류코일 정유소가 포함됐다. 지난 14일 새벽 드론 공격을 당한 이 정유공장 주변에서는 거대한 연기구름이 포착됐고, 이어 지난 19일에도 또다시 드론 공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중유럽에 석유를 공급하는 수단인 세계 최장 길이 송유관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고 송유를 차단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에너지 시설을 상호공격하는 강도는 최근 들어서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처럼 러시아의 정유시설에 대한 공세를 최근 강화한 것은 반격 차원이라는 것이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의회 천연가스 정책 소위 의장인 안드리 주파닌 의원은 최근의 공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가스시설들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면서 "에너지 전쟁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러시아 역시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의 가스시설을 주요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이 자국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데 쓰인다는 이유로 개전 후 첫 3년 간 가스시설 공격을 자제했던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가스시설도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부분의 거주용 건물이 중앙난방 시스템으로 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고, 주요 화학제품과 비료를 생산하는데도 가스가 필수적이다.
최근 러시아의 가스시설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연간 가스 수요량의 5%가량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는 가스뿐 아니라 전기와 열병합발전소 등 주요 에너지시설들도 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호르 클리멘코 내무장관은 지난 25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열흘간 열병합발전소와 정유소, 송전시설 등 20개의 에너지 인프라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러럼 양측의 에너지시설 집중 공격은 전쟁을 둘러싼 최근의 국제정세와 관련이 깊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과 유럽 국가들과의 협의로 종전을 위한 돌파구 마련을 모색하면서 두 전쟁 당사국은 종전협상에서 상대 측의 입지를 약화하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에너지시설을 주요 표적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개전 초기 양국의 상대국 에너지시설 공격은 교착에 빠진 주요 전선 대신에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기반 시설을 타격함으로써 민심 이반을 확산시키고 상대방의 전쟁수행 자금을 수혈하는 산업에 피해를 주려는 목적이 컸다.
그러다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상호공격을 30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했으나, 이 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흐지부지됐다.
양측의 최근의 에너지시설 공세는 미국이 주도하는 종전 협상에서 좀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많다.
상대로 하여금 민간 피해가 계속 이어지는 전쟁을 더 수행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한편, 트럼프 미 행정부에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전쟁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케난 연구소의 안드리안 프로키프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로서는 이 평화 협상의 와중에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며 "(에너지시설 공격이) 우크라이나로서는 중요한 지렛대"라고 말했다.
이런 분석은 러시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러시아는 특히 우크라이나가 꾸준히 확충해온 대규모 드론을 동원한 장거리 공격으로 최근 들어 잇따라 정유시설이 파괴되면서 기름값이 치솟은 상황에서 보복을 노리고 있다.
이런 현실로 볼 때 양측의 에너지시설 공격은 당분간 이어지며 전쟁의 주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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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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