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10년을 함께한 토트넘과의 작별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손흥민(33·LAFC)이 환상적인 프리킥 데뷔골을 터트리자 토트넘 팬들은 환호와 동시에 뒤늦은 후회 어린 반응을 쏟아냈다.
LAFC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시즌 MLS 정규리그 28라운드 FC 댈러스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승점 1점을 더한 LAFC는 웨스턴 콘퍼런스 4위(승점 41점)를 유지했다. 손흥민은 이날도 4-3-3 포메이션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토트넘 시절 주로 측면에 배치됐던 그는 스티븐 체룬돌로 감독 체제에선 중앙에서 더욱 득점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드디어 기다리던 장면이 나왔다. 전반 6분 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오른발로 예리하게 감아 찬 슈팅을 그대로 골망 구석에 꽂아 넣으며 데뷔골을 신고했다.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궤적이었다. 그러나 선제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LAFC는 전반 13분 로건 패링턴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비록 팀 승리는 놓쳤지만 손흥민의 프리킥 원더골은 경기 하이라이트였다.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두 번째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데 이어 세 번째 경기에서 직접 골까지 터뜨린 것이다. 현지 중계진은 “조르지오 키엘리니, 가레스 베일 등 수많은 스타가 거쳐갔지만 손흥민은 LAFC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될 잠재력이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TBR 풋볼에 따르면 토트넘 팬들 역시 ‘레전드’ 손흥민의 MLS 1호 골을 축하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팬들은 “쏘니는 여전히 세계적인 골을 터트린다.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가 다시 행복해하는 걸 보니 기쁘다. 올바른 선택이었다”, “새 클럽에서 첫 골을 넣는 대단한 방법이다. 훌륭했다, 손흥민”, “세상에, 와우! 훌륭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환호와 함께 아쉬움도 쏟아졌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프리킥 골은 단 한 차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토트넘에서 454경기 173골을 기록했지만 프리킥 득점은 2021-2022시즌 왓포드전이 유일했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무려 6골을 프리킥으로 넣었다.
문제는 프리킥 전담자였다. 토트넘 시절 해리 케인이 사실상 독점했고 케인 이적 후에는 페드로 포로와 제임스 매디슨이 번갈아 욕심을 부렸다. 급기야 지난해엔 비수마까지 나서려 하자 주장 손흥민이 말려야 했던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케인의 통산 프리킥 득점은 단 2골에 불과했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킥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팬들 사이에서 커진 이유다.
TBR 풋볼에 따르면 팬들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최고의 프리키커였지만, 케인이 10년간 독차지했다”, “케인과 에릭센이 떠난 뒤에도 포로와 매디슨이 프리킥마다 다퉜다. 결국 손흥민이 뛰어들어 말려야 했다”며 허탈해했다. 레딧 등 커뮤니티에서도 “손흥민이 프리킥을 빼앗기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케인이 손흥민에게서 프리킥을 가져간 건 축구 범죄였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다행히 LAFC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손흥민은 합류 직후부터 세트피스 전담자로 기용되고 있다. 팀 동료 은코시 타파리는 “전날 훈련에서 이미 손흥민이 코너 구석을 향해 감아 차는 걸 봤다. 그리고 오늘 똑같이 성공시켰다”며 감탄했다. 이어 “페널티킥 유도, 어시스트, 득점까지 세 경기 연속으로 팀에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토트넘에선 좀처럼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프리킥. 그러나 MLS에서는 벌써 원더골로 증명했다. 손흥민의 10년 토트넘 생활이 다시금 아쉽게 떠오르는 이유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