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기업 파두가 “글로벌 4대 하이퍼스케일러 중 2곳에 제품 공급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하이퍼스케일러란,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운영하는 업체를 가리킨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연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지효 파두 대표는 “인공지능(AI) 시장의 급성장으로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대한다”라며 “2015년 창업한 지 10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줄 단계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파두는 올해 상반기 매출 429억원에 영업손실 2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배가 됐고 영업손실 규모는 줄었다.
파두의 주력 상품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컨트롤러다. SSD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대용량 저장장치이며, 컨트롤러는 여기 부착돼 메모리와 연산장치(CPU/GPU) 간의 데이터 흐름을 관리·조율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이 대표는 ‘뻥튀기 상장’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파두는 메타의 데이터센터에 SSD 컨트롤러를 납품하는 회사로 주목받아, 지난 2023년 8월 코스닥에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그런데 상장 전 증권신고서에 추정한 연 매출액은 1202억원이었으나, 그해 실제 매출은 22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상장 후 매출이 감소할 것을 알면서도 숨겼다’며 파두 경영진과 상장 주관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서울 남부지검이 수사 중이다.
이날 이 대표의 해명에 따르면, 파두가 4세대 컨트롤러를 미국 빅테크에 공급하기로 합의한 건 데이터센터 최고 호황기였던 2021년이었다. 그런데 2023년 반도체 불황이 찾아오며 고객사들이 4세대 제품 적용을 지연하더니, 연말에 주문을 취소했다는 것. 결국 파두는 애써 개발한 4세대 제품 매출을 거의 올리지 못한 채 다음 5세대를 개발하는 ‘보릿고개’를 겪었다는 거다.
이 대표는 “5세대 제품은 내년 주요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에 전면 적용될 예정으로, 하나씩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인증을 통과해 양산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남이현 각자대표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현재 컴퓨터 시스템에서 GPU도 HBM도 빠른데, SSD가 느려서 전체 성능을 떨어뜨리고 있어, 엔비디아 등 빅테크로부터 SSD 성능 개선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대량 공급과 단가 경쟁이 중요했던 메모리 반도체도 이제 획기적 성능 개선이 필요해졌고, 그 핵심에 컨트롤러가 있다는 거다.
파두는 최근 데이터센터·자동차용 전력반도체(PMIC)도 개발해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제품을 연구개발(R&D)하고 고객을 두드리고 양산해 공급하기까지, 플라이휠(회전)을 한 번 겪고 글로벌 생태계에 생존한 경험이 파두의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