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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피즘'에 한·일 국민 "반감 뚜렷"…동병상련끼리 뭉친다

중앙일보

2025.08.28 01:52 2025.08.2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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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의 10명 중 8명(80.9%)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선 국민의 76.5%가, 심지어 미국 국민의 45%도 트럼프의 관세에 반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후 양국 간 관세 합의는 끝난 일(a done deal)이라고 말했지만, 국민은 이를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트럼피즘’에 대한 한국인의 반감은 한·미 관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지는 한편, 동병상련 처지인 일본과의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드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EAI)은 일본의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Asia-Pacific Initiative·API), 미국의 한국경제연구소 (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KEI)와 공동으로 “제1회 한·미·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및 제12회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28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27일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손열 연세대 교수)이 일본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API), 미국 한국경제연구소(KEI)와 공동으로 실시한 한·미·일 국민상호인식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한국 국민의 55.6%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2.8%에 그쳤다.

당시 정부는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성과"(지난달 31일, 장차관 워크숍)라고 자평했지만, 국민 과반은 협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김경진 기자
미국의 대중국 무역·투자 제한에 대한 반대 의견도 한국 국민의 57.6%, 일본 국민의 50.3%에 달했다. 미·중 경쟁 국면에서 트럼프가 경제적 수단을 대중 압박에 활용하는 데 대해서도 동맹국 국민은 쉽사리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보 분야에서 동맹국의 분담 확대를 압박하는 트럼프에 대한 반감도 높았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방위비 분담금) 규모에 대해서도 “너무 많이 부담하고 있다”는 응답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53%와 56.7%에 달했다.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형태로 미군의 자국 주둔 비용을 분담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다.

국방 예산 인상에 대해서도 한국 국민의 51.8%, 일본 국민의 49.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를 만나 "국방비 증액 의사를 선제적으로 언급"했지만(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한국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으로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통보를 국민 과반은 수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제1회 한·미·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및 제12회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제임스 김 KEI 여론·대외협력국장, 켄 짐보 API 소장이 발언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그러나 한·일의 안보 분담 수준에 대한 미국 국민의 인식은 달랐다. 한국의 국방 예산을 '올려야 한다'고 답한 미국인은 35%에 달했고,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2%였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 규모에 대해선 '적절하다'는 응답이 34%로 가장 많았고, '너무 조금 낸다'(14%), '너무 많이 낸다'(11%) 등 응답이 뒤이었다.

동맹·우방도 가리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를 휘두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여론도 자연스레 두드러졌다. 한국 국민의 73.1%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22.3%에 그쳤다. 일본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는 70.1%에 달했다.

김경진 기자
한·미 관계에 대해 '나쁘다'라고 답한 비율은 27.6%로 지난해(14.9%)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에서 미·일 관계를 '나쁘다'고 평가한 비율은 34.9%로 한국보다도 높았다.

반면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한국에 대한 인상 자체를 묻자 미국인의 62%가 '호의적'(favorable)이라고 답했고, 한국에 대한 신뢰도의 경우에도 '신뢰할 만하다'는 응답이 58%에 달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에 대한 인상을 묻자 '모른다'가 64%로 '호의적'(22%), '비호의적'(14%) 등 응답을 상회했다. 이번 여론조사가 워싱턴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지난 25일)이 열리기 전인 지난 8~19일 실시돼 이 대통령에 대한 인지도는 더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인들은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을 했던 이시바 총리에 대해서도 62%가 '모른다'라고 답했고, '호의적'(32%), '비호의적'(7%)의 답변이 뒤이었다.

트럼피즘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의 필요성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열 EAI원장은 “한·일 모두 안보 협력 강화를 지지하고 있어 트럼피즘이 협력의 틀을 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KEI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도 부정적 언급을 하지 않은 만큼, 한·일의 의지에 따라 3자 협력은 충분히 지속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켄 짐보 API 소장은 “일본 여론은 대만 유사 사태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사안으로 보고 한·미·일 협력 필요성도 높게 인식했다”고 말했다.

제1회 한·미·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및 제12회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제임스 김 KEI 여론·대외협력국장이 발언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달라진 미국'에 대한 위기의식은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의 확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일본 국민은 최근 들어 한국과 관계에 유보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2023년 37.4%에서 올해 24.8%로 하락했다. 동시에 비호감도는 2023년 32.8%에서 올해 51.0%로 올랐다

이는 과거 정치인으로서 대일 강경 발언을 했던 이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에서도 일정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의 39.2%는 이 대통령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10.5%에 그쳤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 직후부터 ‘대일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협력 의지를 밝혔지만 일본 대중 인식까지 확산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역으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에 대해선 한국인 중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과 32.5%로 같은 비율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5일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에서 일본 총리로는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선 상대적으로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한국인의 미국, 일본에 대한 시각에서 정치 진영 간 견해차가 명확히 갈리는 현상은 여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 국민에게 일본에 대한 인상을 묻자 진보 성향 응답자는 비호감이 51.1%, 호감이 39.4%로 나타났다. 반면, 보수 성향 응답자는 비호감이 22.7%, 호감이 66.9%로 나타났다. 호감도와 비호감도가 약 30%p씩 차이 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대일 정책의 연속성 등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정치적 지지기반인 진보세력과 대립할 수 있다"며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 갈 수 있는가가 향후 정부의 외교 정책 나아가 정부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AI-API-KEI 공동 조사, 어떻게 이뤄졌나
1. 한국 측 조사 : 지난 18~20일, 전국 18세 이상 국민 1585명 웹조사,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5%p, EAI가 한국리서치에 의뢰

2. 일본 측 조사 : 지난 19~20일, 전국 12세 이상 국민 1037명 웹조사,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3.04%p, API 자체조사

3. 미국 측 조사: 지난 8~19일, 전국의 성인 1500명 (초기 응답 1658명) 웹조사, 95% 신뢰수준에서 ±2.95%p, KEI가 YouGov에 의뢰



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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