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하늘 뒤덮은 우크라 최전방서도…"포는 전쟁의 神"
견인포 등 포 전력, 전파방해·격추우려 없고 낮은 비용으로 광범위한 위력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드론이 판도를 뒤흔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에서도 '포'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드론의 장점이 저렴한 가격과 정밀한 타격 능력이라면, 포는 드론보다도 저렴한 비용으로 수십 배 강력한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강점으로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전력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의 위력은 역사적으로도 입증된다.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가장 많은 인명을 피해를 낸 무기가 바로 포였다.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이 1944년 연설에서 포를 "전쟁의 신"으로 부를 정도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의 존재가 더 주목받은 것이 사실이다. 우크라이나전 사상자의 70∼80%가 드론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서방 당국의 통계도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에서 드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 자체가, 포탄 공급 부족으로 포 사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쟁 초기부터 공격력의 주요 축을 담당하던 포가 탄약 부족으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드론이 등장할 틈새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WSJ가 우크라이나 북부 격전지 수미 지역에서 만난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사도 "드론은 전파 방해를 받을 수 있고, 적에 격추되거나 날씨의 영향까지 받는다"면서 이런 제한에서 자유로운 포의 장점을 인정했다.
WSJ는 적 병력이 들판을 가로지르는 상황을 포착한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이 아닌 곡사포로 병력 12명을 섬멸한 사례도 전했다.
만약 드론을 썼다면 적군 12명 사살을 위해 드론 12대를 현장까지 날려야 했겠지만 당시 포병 지휘관은 수 분 만에 포탄 5발로 표적 지역 전체를 초토화하는 방식으로 임무 수행을 완료했다고 WSJ는 소개했다.
저렴한 비용도 포의 장점이다. 한 탄약 제조사는 최근 표준 155㎜ 포탄이 한 발에 약 3천200달러(약440만원) 정도에 팔렸다고 WSJ에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구매를 발표한 드론은 배터리 포함 대당 1만6천달러(약 2천200만원)에 이른다. 한 기당 수십억원을 훌쩍 넘기도 하는 첨단 미사일보다 드론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포탄의 '가성비'를 따라오기는 쉽지 않다.
포탄은 파괴력도 드론과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곡사포에서 주로 쓰이는 155㎜ 포탄의 작약량은 6.6㎏ 정도다. 일부 포탄은 작약 12㎏을 싣는다. 폭약이 터지면서 파편이 광범위한 지역으로 퍼지기 때문에 위력은 더욱 배가된다.
반면 일반적인 1인칭시점(FPV) 드론은 폭약 450g 정도를 운반할 수 있다. 많아야 2㎏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미사일·포병군의 세르히이 무시옌코 사령관은 "드론은 열린 창문 안으로 방 안까지 들어가 정밀타격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10㎏짜리 포탄 한 방이면 그 건물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드론의 존재감 확대로 기갑차량이나 포대가 점차 후방으로 밀려나는 추세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실전에서 터득한 위장·기만 전술 등을 활용해 최전방에서 포 활용 빈도를 줄이지 않고 있다. 핀란드 육군 등 서방에서도 우크라이나군 포병 부대의 위장·은폐·기만술을 배워갈 정도다.
우크라이나군이 가장 선호하는 포는 M777 155㎜ 견인포라고 한다. 옮길 때 견인 차량이 필요하고 느리지만, 사용이 간편하고 유지보수가 쉽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숲속에 숨겨 적군의 시선을 피할 때도 견인포의 장점이 발휘된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 독일 PzH2000, 스위스 아처 등 비교적 현대화된 자주포를 서방에서 지원 받았지만 이런 장비는 오히려 잦은 고장 탓에 전장에서 정비병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 FPV 드론 조종사는 WSJ에 "드론은 표적을 정밀하게 찾아내 사격할 수 있지만, 포는 그 지역 전체를 다 커버한다"며 "예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포는 전쟁의 신(神)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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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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