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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뉴스터치] 극장으로 간 ‘케데헌’…OTT의 새 성공 문법

중앙일보

2025.08.28 08:04 2025.08.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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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논설위원
‘신기록 제조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사진)’가 27일 넷플릭스 역대 시청 1위 영화에 올랐다. 더 놀라운 소식은 따로 있다. 정식 개봉이 아닌 단 이틀(23~24일)간의 ‘싱얼롱(따라 부르기)’ 특별 상영으로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극장에서 상영한 뒤 OTT로 넘어가는 전통적인 순서를 거꾸로 뒤집어, OTT에서 출발해 극장 박스오피스를 휩쓴 첫 사례다. 주요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환호하고 노래를 합창한 어른·아이 팬덤의 압도적 힘 덕분이었다.

AFP가 최근 “‘케데헌’이 세계적 시대정신(zeitgeist)을 사로잡았다”고 평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팬들은 집에서 영화를 반복 시청하며 노래와 춤을 따라 한 영상, 패러디와 팬픽 같은 2차 창작물을 유튜브와 틱톡에 쏟아낸다. 이를 접한 이들이 넷플릭스로 유입되면서 팬덤이 확장되고, 그 에너지가 다시 극장으로 역류했다. OTT와 소셜미디어 시대, 문화가 소비·확산되는 새로운 문법을 ‘케데헌’이 가장 강렬히 보여준 것이다.

팬덤의 위력은 한국 시장도 뒤흔든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26일 기준, 올해 국내 개봉작 중 최단 기간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미 원작 만화와 TV판 애니를 통해 구축된 팬덤 덕분이다. ‘케데헌’과 ‘귀멸의 칼날’ 흥행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팬덤이 없는 신규 영화를 극장 개봉으로 알리는 전통 전략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둘째, 팬덤을 형성하려면 뛰어난 콘텐트 못지않게 글로벌 플랫폼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것.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제 이 새로운 문화 소비의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문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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