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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극한 대결 정치 수위 낮춰야

중앙일보

2025.08.28 08:40 2025.08.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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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대통령 방미 결과 공유하며 협치 물꼬 트고



강성 지지층만 보는 적대적 공생 벗어나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어제 새벽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어제 “이 대통령이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를 포함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정식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며 “형식과 의제가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용기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야당 대표와도 당연히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상호 정무수석도 장 대표를 만나 대통령의 초대 의사를 전했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나 여야 대표 간 회동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치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여야 대표가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악수도 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방미 결과는 듣지도 않고 굴욕 외교라고 비난부터 쏟아내는 식으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게 뉴노멀이 됐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팬덤에 부응하다 보니 ‘적대적 공생’이 고착화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협치 메시지가 나온 이후에도 여야의 대립각은 더 날카로워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제 국민의힘을 향해 “말로 싸우는 국회에서 무고한 수많은 사람을 살해하려 했던 세력”이라며 “나를 죽이려 했던 자들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대화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NO”라고 적었다. 장 대표에게는 “윤석열이 돌아와 다시 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이라도 하라는 것인가” “노상원 수첩에 찬성하는가” 등의 질문에 답하라고 요구했다. 당선 축하 난을 보낸 데 대해선 “내가 당선됐을 때 그쪽에서 보냈기에 상응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지나친 상상은 뚝!”이라고 냉소적 자세를 보였다. 장 대표 역시 “질문을 보고 빵 터졌다. 왜곡과 망상으로 점철된 정치 공세”라고 각을 세웠다. 대통령의 대화 제안은 외면한 채 날선 언사부터 주고받은 셈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추천 몫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을 여당이 부결시킨 것을 놓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양상이다.

정청래 대표가 쓴 대로 ‘정치는 말로 싸우는 말의 향연장’이다. 하지만 요즘 여야가 내뱉는 정치 언어는 칼보다 더 날카롭다. 야당을 살인자 집단으로 단정하는 여당의 비약도, 우파가 뭉쳐 대통령을 끌어내리자는 야당의 선동도 정상적인 국민의 귀에는 궤변일 뿐이다. 이런 정치가 반복되면 남는 것은 분열과 냉소뿐이다. 대통령이 협치의 손을 내민 이상 여야는 응답해야 한다. 형식과 의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보다 외교·안보 성과를 공유하고 국익을 위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여야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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