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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합의 잉크' 마르기도 전에 美응징 걱정하는 EU

연합뉴스

2025.08.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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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공동성명 나흘만에 "디지털규제 응징" 위협…사실상 EU 겨냥 美 약속 모호하고 법적 구속력 없어…"트럼프, 언제든 새 요구 가능"
[특파원 시선] '합의 잉크' 마르기도 전에 美응징 걱정하는 EU
트럼프, 공동성명 나흘만에 "디지털규제 응징" 위협…사실상 EU 겨냥
美 약속 모호하고 법적 구속력 없어…"트럼프, 언제든 새 요구 가능"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견고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유럽권 다수 매체에 보낸 기고문에서 미국과 체결한 무역합의를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상호관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일종의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합의 내용을 공동성명으로 못 박은 데 대한 안도감이 뒤섞인 표현으로 읽혔다.
실제로 EU가 지난 21일 미국과의 무역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가장 강조한 말도 "안정과 예측 가능성이 회복됐다"였다.
미국이 여러 교역 대상국과 체결한 합의 중 가장 선방한 결과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근거가 아예 없진 않다.
EU-미국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추후 의약품·반도체 품목관세를 도입하더라도 EU산은 15%를 넘지 않도록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현재까지 이 약속을 받은 건 EU가 유일하다.
EU에 적용되는 15% 상호관세율이 기존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포함한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방식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가령 영국 상호관세율은 10%지만 MFN가 중복으로 적용돼 품목에 따라서는 오히려 EU보다 최종 관세율이 더 높아진다.
여기에 EU가 언론에 유달리 강조한 또 다른 '승리'는 디지털 규제를 사수했다는 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줄기차게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이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비관세 장벽에 해당한다고 불만을 제기했으나 정작 공동성명에는 DSA, DMA 언급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부당한 디지털 무역장벽을 해결(address)하기로 약속한다'는 원론적인 선언과 함께 EU가 이미 자체적으로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망사용료, 전자전송세 정도만 언급됐다.
이에 대해 EU 고위 당국자는 백그라운드브리핑(익명 전제 대언론 설명)에서 "어떤 식으로도 우리의 합법적인 디지털 규제를 대미 합의에서 다루지 않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언론사 기고문에서 "우리의 기본 원칙을 지켰고 스스로 정한 규칙을 고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EU의 자화자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디지털규제를 콕 집어 "차별적인 조치들을 제거하지 않는 한 그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가 엄격히 보호하는 기술과 반도체의 수출에 대한 제한을 도입하겠다"고 경고했다.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가 미국산 기술과 반도체를 자유롭게 수입하지 못하도록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나 경제주체를 지목하진 않았지만, 전 세계 디지털 규범의 '선구자'를 자처해온 EU는 사정권일 수밖에 없다.
EU 일각에서는 일명 '합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실상 EU를 겨냥하는 새로운 위협 카드를 꺼내 든 데 대한 당혹감이 감지된다.
유로뉴스는 "디지털 규제에 관해 승리했다던 EU의 주장이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EU-미국 공동성명이 기본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모호하다는 점에서 끝이 아닌,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전문가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지 합의 내용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딴지를 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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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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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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