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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리포트', 조여정·정성일 연기쇼는 남았다 [Oh!쎈 리뷰]

OSEN

2025.08.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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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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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영화 '살인자 리포트'가 배우 조여정과 정성일의 연기 한 놈만 팬다.

'살인자 리포트'(감독 조영준, 제공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소니픽쳐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 제작 위드에이스튜디오·엠아이케이스튜디오·플루토스토리그룹, 배급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채비', '태양의 노래'로 감수성을 자극했던 조영준 감독이 두 믿고 보는 배우 조여정과 정성일을 만나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는 인터뷰라는 2인극에 가까운 형식에 도전한다. 선주와 영훈, 두 명의 질문과 대답에 집중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다. 공간, 의상, 시간, 인물 등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거세된 상황. 영상으로 과정을 보여주던 기존의 영화들과 달리 대사를 통한 설명적인 전개가 주를 이룬다. 플래시백이나, 붉고 파란 미디어아트와 조명, 이를 활용한 시각적 대조가 등장하긴 하지만 보조적이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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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설정을, 배우들의 연기가 다채롭게 만든다. '기생충', '히든페이스' 등 다수의 영화에서 연기로는 관객들과 믿음의 벨트를 구축한 조여정. 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후 '전, 란'과 '트리거', '전지적 독자 시점' 등 작품의 흥행과 별개로 출연작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정성일. 두 배우의 연기적 디테일은 영화의 시각적 볼거리와 몰입감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대본을 다 외워서 소름돋았다"는 감독의 말처럼, 어떤 장면에서도 흔들림 없이 철저하게 계산된 두 배우의 호흡이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한다. 동공의 확장, 입술의 떨림, 턱끝의 주름, 눈물방울의 양까지. 적어도 '살인자 리포트'에서 만큼은 어떤 클로즈업에서도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를 넘나드는 주도권의 변화와 전복, 2인극을 카메라로 가까이서 보는 듯한 생생함이 조여정과 정성일에게 순수한 감탄을 뱉게 한다. 또 이 살인마는 도대체 왜 자발적으로 인터뷰에 응한 것인지 궁금증을 이어가게 하고. "한 놈만 팬다는 말도 있지 않나"라던 조영준 감독의 말에 조여정과 정성일은 연기 하나만 제대로 두드리며 충실하게 응답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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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0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연기에만 집중하기란 꽤나 숙제처럼 느껴진다. 더욱이 스릴러 장르인 만큼 쉬어갈 틈 없이 건조한 분위기가 감상을 냉정하게 만든다. 결정적으로 서사적 클라이맥스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 호평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조여정, 정성일이라는 배우를 또 돌아보게 만든다.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통쾌한 한 방이 없어도 영화는 나름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훈이 정신과 의사인 만큼 자신의 행위를 일종의 '치료'로 규정하는데, 연쇄살인마 범죄자 사이코라는 점은 동일하다. 그에게서 또 다른 피해자를 낳지 않기 위해 인터뷰에 임해야만 하는 선주의 선택. 그 딜레마의 결과, 세상에 속 시원한 징벌과 복수는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남기는 것이다.

교훈적이라기엔 비윤리적이고, 가르침을 준다기엔 단정적이지 않아 생각할 지점을 남기는 데에 그친다. 사적 복수, 자력구제는 잔뜩 끼얹었지만 결코 사이다에 절여지지 않은 마무리다. 다소 공허할 수 있는 잔상과 트렌드에 반하는 형식이 더해져 몹시 도전적이다. 

9월 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07분.

/ [email protected]

[사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휘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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