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매체 "트럼프 관세책사의 '모디의 전쟁' 비판은 어불성설"
"서방, 우크라전 유발 후 무기 팔고 러 에너지도 수입"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불리는 백악관 당국자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비판하자 인도의 한 유력 매체가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발하고선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 에너지도 계속 수입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인도를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TOI)는 28일(현지시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전날 블룸버그TV와 한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나바로 고문은 인터뷰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의 전쟁 체제에 돈을 대주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디의 전쟁"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인도가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가로 수입해 러시아를 돕고 모든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TOI는 전문가들을 인용, 그의 주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인도에 전가하려는 시도지만 전쟁과 관련한 복잡한 역학관계를 전반적으로 잘못 짚고 있다고 반박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바로 고문은 전쟁에 이르는 과정에서 미국과 EU가 한 광범위한 역할을 빠트렸다.
서방측은 수년 동안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열망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는 것이다.
TOI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로선 넘지 말아야 할 '레드 라인'이었지만, 나토는 2008년 우크라이나가 나토 일원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러시아는 서방측 움직임을 자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나토의 동진을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여겼고, 이어 전쟁이 터지자 미국과 EU 동맹국들은 수십억달러를 퍼부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 과정에서 동유럽 국가들이 옛 소련제 탱크와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미국산 첨단 무기를 동유럽 국가들에 제공해 '재미'를 봤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산 무기를 사고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조달체계인 나토의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도 만들어졌다. 미국은 이를 통해 100억달러(약 13조9천억원) 어치의 무기를 팔았다.
PURL은 우크라이나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 군수업체들에는 지속적인 무기주문을 보장해준다.
나바로 고문은 또 인터뷰에서 미국과 EU가 전쟁 와중에도 러시아와 여전히 경제적 거래를 해온 사실도 무시했다고 TOI는 전했다.
EU는 러시아의 가스관 가스 수입은 현격히 줄였지만 액화천연가스(LNG)는 여전히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EU의 지난해 러시아산 LNG 수입은 사상 최고치에 달해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EU에 대한 2대 LNG 공급국이 됐다.
유럽 바이어들은 지난해 러시아산 LNG 구입에 70억유로(약 11조3천억원) 이상을 써 EU의 대러 제재망 '구멍'에 대한 비난을 촉발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의 러시아 전문가 바이바브 라구난단은 "EU의 러시아산 LNG 수입 증가 원인은 간단하다"면서 "러시아산 LNG는 할인가에 대체 공급 업체들에 넘겨진다"고 설명했다.
라구난단은 이어 "러시아산 LNG에 대한 제재는 없기 때문에 자사 이익을 추구하는 대체 공급 업체들은 LNG 최저가 공급자(러시아)로부터 LNG 구입을 계속 늘려왔다"고 덧붙였다.
TOI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미국도 자국내 원전 가동을 위해 러시아 핵연료를 계속 구매하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2023년에 미국에 12억달러(약 1조7천억원) 상당의 농축우라늄을 팔아 미국에 대한 최대 우라늄 공급국이 됐다.
다만 미국에선 러시아산 우라늄 금지법이 오는 2028년 발효할 예정이지만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위한 특수면허는 여전히 허용돼 왔다.
이로써 미국과 EU는 러시아산 원유와 무기를 제재하면서도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에너지를 수입,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국고에 현금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TOI는 서방측 관계자들도 자신들의 이러한 모순을 인정한다면서 이는 인도에 대한 나바로 고문의 비판이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이중잣대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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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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