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印 대통령에 서한…6월부터 급물살, 모디 총리 31일 방중
"양국, 엄청난 경제적 가능성"…쿼드·파키스탄 문제 등 난관 산적
"시진핑 밀서, 中-印 관계개선 '돌파구'"…트럼프 공로 비아냥도
지난 3월 印 대통령에 서한…6월부터 급물살, 모디 총리 31일 방중
"양국, 엄청난 경제적 가능성"…쿼드·파키스탄 문제 등 난관 산적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인도가 50% 상호관세 부과를 본격화한 미국과 대립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비밀 서한으로 '앙숙' 중국-인도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실제 지정학적, 지경학적 경쟁국인데다 2020년 히말라야 국경인 갈완 지역 무력 충돌 이후 사실상 적대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인도가 최근 화해 무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달 3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 참석이라는 7년 만의 방중을 예고했고 곧바로 이어지는 내달 2∼3일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엔 불참한다. '절제된' 대(對) 중국 접근이지만 이전에는 쉽게 예상 못 한 관계 개선이라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3월 시 주석이 인도의 드로우파디 무르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양국 관계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명목상 최고 지도자인 무르무 대통령을 거친 시 주석의 '올리브 가지'가 모디 총리에게 전달된 이후 양국이 필요한 수준의 관계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여기에 올 초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동맹국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고관세 압박 공세가 동병상련 처지인 중국과 인도를 가깝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시 주석의 비밀 서한에는 중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미국의 모든 거래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었으며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지휘할 지방 관료의 이름도 명시됐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이 비밀 서한을 보낸 후 중국 당국은 각종 성명을 통해 중국과 인도의 관계를 '용과 코끼리의 탱고'로 칭했고, 한정 국가부주석을 포함해 중국 고위관계자들은 이를 인용해 인도를 중국 수준의 대국이라는 뉘앙스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에 정통한 인도 관리를 인용해 모디 행정부가 내부 논의를 거쳐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세·무역 협상과 인도-파키스탄 분쟁과 관련한 미국의 중재에 대한 불만이 인도-중국 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이어 8월로 접어들면서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어 모디 총리의 SCO 톈진 정상회의 참석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비밀 서한 외교가 통한 배경엔 인도 역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선거를 앞뒀던 작년 1월 모디 총리는 무려 3천488㎞에 달하는 중국과의 국경선에 병력을 주둔시켜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해결할 목적으로 중국과의 회담을 추진해온 터였다. 2020년 갈완 무력 충돌 이후 수년째 일촉즉발의 대중국 국경선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의 해결이 시급했다.
인도와 중국은 2023년 서로 국경 병력을 철수하는 방안에 의견 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비밀 서한과 미국의 무차별적 관세·무역 공세 속에서 인도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인도는 지난 7월 14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을 중국에 보냈다. 5년 만에 이뤄진 인도 외교장관의 방중이었다.
이에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지난 18일 인도를 방문했다.
이를 통해 모디 총리의 방중을 통한 양국 정상회담 의제 조율이 이뤄졌고, 상당 수준의 관계 개선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인도 요청으로 중국의 희토류 공급이 재개됐고 그동안 끊겼던 중국-인도 직항편도 내달부터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수십년간 불허해온 중국인의 관광비자도 허용했다. 인도 아다니그룹은 중국 전기자동차 선두기업인 비야디(BYD)와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사실 작금의 경제 상황을 볼 때 중국과 인도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경제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의 과잉 생산으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인도라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고, 인도로서도 경제 성장을 위해 중국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어서다.
인도 싱크탱크 옵서버연구재단(ORF)의 안타라 고살 싱 연구원은 "인도와 중국이 차이점을 해결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도-중국의 이런 데탕트(긴장 완화)는 미국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중국 견제 세력이었던 인도가 트럼프 미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50% 고관세를 부과한 데 강력히 반발해 미국의 대외 정책에 반기를 들 것으로 예상되며 필요하면 사안별로 중국과의 연대를 모색할 수도 있어서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보전문가 애슐리 텔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위대한 평화 조정자로, 인도와 중국 간 화해를 촉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하다"면서 "그가 인도를 적으로 취급함으로써 이를 달성했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관계 개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단적인 예로 SCO 톈진 정상회의에는 인도의 '숙적'인 파키스탄 정상이 함께 참석한다. 이 때문에 인도가 파키스탄과 함께 정상회의 합의문을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4월 인도와 무력 충돌했던 파키스탄에 중국이 방공 및 위성 지원을 제공한 점도 인도로선 용납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중국 역시 내부의 최대 골칫거리인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망명 정부를 인도가 용인해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도가 중국 압박 목적으로 미국·일본·호주와의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 중인 것도 중국과 인도 관계 개선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