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군의 잔재 복원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 남부연합군 사령관이던 로버트 리 장군의 초상화를 다시 걸기로 했다.
미 육군사관학교에 70여년간 걸려있던 약 6m 크기의 이 초상화 배경에는 리 장군의 말을 끄는 노예가 그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20년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급증했고, 남부연합군 잔재에 대한 청산 요구가 일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도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미군 기지 명칭을 바꾸는 내용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이 통과됐고, 리 장군의 초상화도 2022년 철거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남부연합군 기념물과 미군 기지 명칭 복원 의지를 표명해왔다.
그는 기지 명칭을 바꾸는 것은 미국의 전통과 유산을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리 장군을 역사상 최고의 전략가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기지 명칭 복원을 지시했다.
다만 국방수권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남부연합군 장군들과 성이 같았던 병사들을 찾아내 이들의 이름을 기지에 붙이는 '꼼수'를 썼다.
리 장군의 이름을 따 '포트 리'로 불렸던 버지니아주 육군기지의 경우 미국-스페인 전쟁에 참전했던 흑인 병사 피츠 리의 이름을 기려 다시 '포트 리'로 복원한다는 식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도 국방수권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리 장군의 초상화를 다시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리베카 호드슨 미국 육군 홍보국장은 "미 육군사관학교는 역사적 명칭과 기념물을 원래대로 복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현 정부 하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존중하고 역사를 통해 배우며, 역사를 지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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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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