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여야 지도부에게 순방 성과를 직접 설명드리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가능하면 조속하게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직접 여야 대표와의 회담을 거론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날이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까지 포함한 ‘3자 회담’이 아닌 일대일 ‘단독 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회담 성사의 변수로 떠올랐다.
한민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29일 SBS 라디오에서 “장동혁 대표가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전혀 없는 게 아닌가. 그런 능력 없는 사람을 우리 사회에서는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가 이틀 전 페이스북에 “내란이 성공했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도 죽은 목숨”이라며 장 대표의 입장을 묻는 글을 올리자 다음날 장 대표가 이를 두고 “빵 터졌다”고 발언한 걸 꼬집으면서다. 한 실장은 “답변을 못 하면 말을 하지 말든지, 엄중한 최고위원회 자리에서 ‘질문을 보고 빵 터졌다’니 되게 실망했다”고 했다.
이에 장동혁 대표는 “시안견유시(豕眼見惟豕·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맞받았다. 장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민주당 의원 한 명이 대통령실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는 데에 끼어들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 정청래 대표를 ‘패싱’한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요구했다. 장 대표는 “여야 지도부를 함께 부르는 건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민생을 살피자는 의도는 아니라 생각한다”며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으나, 그 이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진지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3박 6일 간의 미국·일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부터 우상호 정무수석을 통해 장 대표에게 만나자고 했고, 전날 새벽 귀국 직후에도 또다시 우 수석에게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 대표가 줄곧 “내란 세력과는 악수하지 않겠다”며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야당과 소통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도 ‘3자 회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3자 회담은) 여야의 의견 교환을 위해서, 대통령께서 통합의 의지와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서 제안했다”며 “반드시 어떤 의제를 정하지 않고서라도, 어떤 의견 교환을 위해서 여·야·정이 만나는 것도 상당히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여야 회동 일정은 계속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음에도 국민의힘이 순순히 응하지 않자 민주당에서도 ‘찬탄·강성 국민의힘 지도부=내란 동조’ 프레임을 걸며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을 단 한 차례만 가졌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 장동혁 대표를 빗대며 “짝퉁 윤석열이 되려 하지 마라.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들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민주당은 28~29일에 거쳐 진행한 민주당 국회의원 연찬회 마무리 결의문에도 ‘내란을 완전히 끝장낸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내란 특별재판부를 신속하게 설치하겠다”는 결의문도 발표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실익 없는 회담은 불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가서 사진 찍힘용 병풍 역할밖에 안 된다고 하면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며 “(여야 대표 회담은) 떨어지고 있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반전 효과를 노리는 쇼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