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체와 오찬을 함께하며 “국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니 개혁 과제를 잘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인천에서 1박2일 연찬회를 마친 민주당 의원들과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정상회담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신 국민과 의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죽을 힘을 다해 국정에 임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임기가 끝나는 날의 평가가 제일 중요하다. 말보다 행동과 결과가 앞서는 국정을 운영하고자 하는데, 국회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166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지나치게 강성화되는 데 대한 우려도 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다수당이기 때문에 강자가 너무 세게 하면 국민의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이 참석자는 “사실상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건넨 말로 들렸다”고 했다. 거대 여당을 이끄는 정 대표가 제1야당 국민의힘과의 대화뿐 아니라 악수조차 거절하고 있는 걸 이 대통령이 에둘러 우려했다는 취지다.
다른 참석자는 “대통령이 ‘야당도 국가의 공식적 권력 기관’이라고 말했다”며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여당의 길이고, 여당이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아야 국정 평가도 좋아진다’ 당부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오찬에서 중진인 박지원 의원이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도 중요하지만 트러블메이커를 포용해야 세계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며 “야당을 포용하고 함께 가는 것이 정부·여당이 할 일이란 뜻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박 의원의 말에 이 대통령은 “(말씀) 너무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1시간 30여분 진행된 이날 행사는, 대통령이 오찬장에 입장할 때 의원들이 “이재명”을 연호하고 이 대통령이 “정청래”라고 외치는 등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보고 싶었다”, “전우들을 만난 것 같다”는 등 친근감도 표했다.
박 대변인이 오찬 뒤 국회에서 진행한 브리핑에 따르면 정 대표가 먼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대국에 대한 치밀한 분석, 철저한 준비, 세심한 배려가 어우러져 성공을 이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또 “(이 대통령의)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발언은 이번 회담의 성과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 됐고, 머지않아 (경북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이재명 대통령이 나란히 회담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고 추켜세웠다고 한다. 이어 정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의 목표는 민생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죄는 것과 국민께서 명령하신 시대적 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을 둘러싼 여야 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날 오찬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박 대변인은 취재진이 관련 질문을 하자 “‘국회가 잘해달라’는 말에 여야 관계를 잘 만들어가 달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 연찬회 중 김용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신속하게 하겠다고 결의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박 대변인은 “오찬에서 관련 얘기는 없었고, 개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에서 논의한 일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헤드테이블엔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박 대변인, 조승래 사무총장,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앉았다. 오찬 메뉴로는 잡곡밥과 배추 뭇국을 기본으로 물회와 가자미구이, 갈비찜 등이 나왔다. 김 원내대표가 “성공적인 순방 외교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며 술 대신 포도 주스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오찬을 마무리하며 초선 대표로 발언한 백승아 의원은 “저희는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석세스 메이커(success maker·성공을 만드는 사람)’가 되겠다”고 했다. 5선 박지원 의원은 “지난 대선 때 해남을 찾아 ‘지금(대선)은 이재명, 다음은 박지원’이라고 하신 약속을 지켜달라”고 농담해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