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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대 범죄수익' 김건희, 역대 영부인 중 첫 구속기소…“진실 바라보며 견디겠다”

중앙일보

2025.08.2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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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29일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개시 58일 만이자 역대 영부인 중 첫 구속 기소 사례다. 이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나란히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김 여사는 서울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상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 관련 의혹 중 수사가 마무리된 주요 사건만을 추려 1차 기소에 나섰다. 기소 대상 사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씨 여론조사 무상 제공(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통한 통일교 금품 수수(알선수재) 등 3가지다.

17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는 김 여사가 얻은 부당 이득과 범죄 수익이 총 10억3000만원으로 특정됐다. 특검팀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김 여사의 재산 처분을 제한하는 추징보전도 법원에 청구했다. 추가로 김 여사가 서희건설 등으로부터 목걸이·브로치·귀걸이·시계 등을 수수한 의혹 수사하고 있는 만큼 향후 범죄수익 추산액은 한층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이 추산한 범죄수익 10억3000만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김 여사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과 공모해 8억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10월 김 여사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결론이 180도 뒤집힌 셈이다. 당시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공모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물론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거래를 지속한 방조 혐의마저 없다고 봤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 박상진 특검보가 29일 서울 세종대로 특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뉴스1



도이치 '공범' 적시…180도 뒤집힌 檢 무혐의 결론

박상진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건희씨의 변소와 달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인식과 역할 분담이 충분했다고 생각하고 증거도 많이 확보했다. 특히 김씨가 단순한 ‘쩐주’가 아니라 공범 관계라고 확보한 증거가 있는 만큼 재판 과정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가 언급한 공범 관계를 입증할 증거는 2010년 주가가 예상처럼 오르지 않자 주가조작의 주포 이모씨가 김 여사에게 건넨 손실보전금 6700만원 등이다. 이 중 4700만원은 계좌로 송금됐고, 나머지 2000만원은 수표로 김 여사에게 건넨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특검팀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의혹에 대해선 부당이득을 2억7000만원으로 계산했다. 명씨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58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했는데, 여론조사 비용이 지급되지 않은 만큼 이 자체를 부당이득으로 봤다. 명씨가 일방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왔다는 김 여사 측 주장과 달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가 상호 논의·조율 하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활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재보궐 선거에 공천되도록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수사 중인 만큼 윤 전 대통령 역시 특검 수사기간 내에 추가 기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고(故) 장제원 전 의원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 전 의원 공천을 요청하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샤넬백·목걸이 등 8000만원 수수…뇌물죄 검토

                      차준홍 기자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가 건넨 샤넬백과 600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수수한 청탁 의혹은 범죄수익이 총 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김 여사는 “샤넬백과 목걸이를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고 전씨 역시 “통일교에서 건넨 선물을 분실했다”고 진술했지만, 최종적으로 김 여사에게 청탁용 금품이 전달됐다는 정황과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전씨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샤넬백을 전달받은 이틀 뒤인 2022년 7월 7일 전씨의 처남 김모씨가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방문했고, 마찬가지로 통일교 측이 그라프 목걸이를 선물한 직후인 2022년 7월 30일엔 전씨가 아크로비스타를 방문한 기록 등이다.

특검팀은 샤넬백·목걸이를 청탁용 뇌물로 판단했지만 뇌물죄 대신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김 여사가 공무원이 아닌 탓에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가 입증돼야 하는데, 수사 상황상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공범으로 의율할 구체적인 단서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1차 기소 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증거가 확보될 경우 공소장 변경 등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한 뇌물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박상진 특검보는 “(1차 기소 후) 9월부터 어떤 수사방향으로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수사팀 함께 논의하기로 예정돼 있다. 다만 특검 수사팀 인력 충원의 경우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인원 구성엔 변경이 없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金 "매일이 괴롭다. 진실 바라보며 견딜 것"

김 여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께 심려를 끼친 이 상황이 참으로 송구하고 매일이 괴로울 따름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특검팀의 첫 소환조사에 응할 때와 마찬가지로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제기된 의혹과 혐의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면서다.

김 여사는 그간 6차례에 걸친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했다.



정진우.최서인.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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