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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대 최대 예산 증액…나랏빚 관리 문제 없나

중앙일보

2025.08.29 08:14 2025.08.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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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728조원, 올해보다 55조 늘려



국가채무 비율은 사상 처음 50%대 진입



적자국채 110조…외국인에 휘둘릴 수도

예산 총지출 700조원 시대가 열렸다. 본예산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올해 두 번의 추경 끝에 늘어난 총지출 예산이 703조원이었는데 어제(29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728조원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올해 본예산(673조원)보다 8.1%, 액수로는 55조원 늘어난 역대 최대규모의 증액이다.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은 적극적인 재정운용으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소신 뚜렷한 확대재정 선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예산안을 의결하는 국무회의에서 “뿌릴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을 묵혀두는 우(愚)를 범할 수는 없다”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를 혁신하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의존형 경제를 개선하기 위한 ‘마중물’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경제 대혁신을 위해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연구개발(R&D) 예산도 역대 최대 증가 폭인 19.3%나 늘려 35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추세적인 잠재성장률 하락을 반등시키겠다는 절박한 고민을 담은 안간힘이라고 볼 수 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과 기초연금 월 지급액을 늘리는 ‘이재명표 민생예산’도 많이 포함됐다.

문제는 재정 여건이다.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쓸 돈이 너무 많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무려 109조원이다. 올해도 추경까지 포함해 112조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029년까지 매년 GDP의 4%를 웃돌 전망이다. 정부의 재정준칙(3%)은 ‘공염불’이 됐다. 매년 적자가 쌓이니 내년 말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41조8000억원(본예산 기준)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로 사상 처음 50%대에 진입한다.

한때 국가채무 비율 40%를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19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40% 근거가 뭐냐”고 재정 당국을 몰아세우며 확대 재정을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확대 재정론자는 도그마를 깼다고 환호했지만 재정 보수주의 입장에선 나랏빚을 제어하는 빗장이 풀린 것이었다.

사실 40%의 근거는 딱히 없다. 하지만 기축통화국도 아닌 한국의 나랏빚 불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건 문제다.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은 학자 시절인 2019년 신문 기고에서 “외국 빚에 의존하지만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는 곧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다. 미래 세대는 길게 보면 채권, 채무를 모두 물려받으니 국채가 이들의 부담을 늘리는 원인은 아니다”고 썼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 칼럼을 SNS에 올리면서 “기재부와 야당 보수경제지들은 이 주장을 반박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썼다.

한데 그때와 상황이 좀 달라졌다. 내년 정부가 발행하는 적자국채는 110조원이다. 7월 말 기준 외국인의 한국 국채 보유율은 23.9%로 사상 최고치다. 외국인이 국채를 많이 사면 한국의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진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외국 자본의 유출 위험에 시달릴 수 있다.

나랏빚이 많을수록 정부 정책의 신뢰와 위험관리 능력이 중요해진다. 규제 없애고 기업 기 살리는 정책을 내놓은 대신, 기업 힘들게 하는 규제를 오불관언 쌓아가는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얻고 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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