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2020년을 끝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 FA 계약이 종료된 추신수(43)는 2021년 2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랜더스와 연봉 27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했다.
메이저리그 8개 팀으로부터 오퍼를 받은 추신수였지만 한국행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다. 당시 텍사스 지역 매체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렘’에 따르면 추신수는 카일 슈와버(32·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워싱턴 내셔널스와 1년 1000만 달러에 FA 계약한 뒤 한국행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추신수가 제안받은 금액은 슈와버의 1000만 달러보다 훨씬 적었다.
추신수의 나이가 39세로 많긴 했지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당시 슈와버는 전형적인 ‘공갈포’ 유형의 타자였다. 2020년 시카고 컵스에서 59경기 타율 1할대(.188)에 그치며 논텐더로 방출된 상태였다. 그런 선수보다 훨씬 적은 금액의 오퍼를 받았으니 추신수도 더는 메이저리그에 미련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추신수를 한국으로 보냈던 그 슈와버가 4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은 몰라보게 위상이 확 바뀌었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넘어 내셔널리그(NL) 홈런왕을 차지할 기세다.
슈와버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3연타석 포함 홈런 4개를 폭발하며 6타수 4안타 9타점으로 대활약했다. 필라델피아의 19-4 대승을 이끈 원맨쇼였다.
[사진] 필라델피아 카일 슈와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회 첫 타석부터 우월 솔로포로 포문을 연 슈와버는 4회 우월 투런포로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이어 5회에는 좌측으로 밀어서 넘긴 스리런 아치로 연타석 홈런 손맛을 봤다. 이에 그치지 않고 7회에도 우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폭발해 4홈런 9타점 대활약을 완성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 5홈런을 노렸지만 좌익수 짧은 뜬공으로 물러났다. 한 경기 4홈런은 메이저리그 역대 21번째 기록으로 슈와버처럼 5번째 홈런 기회를 노릴 타석이 주어진 것은 1894년 보비 로우, 1932년 루 게릭, 2002년 마이크 카메론 이후 역대 4번째였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슈와버는 “4홈런 경기를 해낼 수 있어 정말 멋졌다. 5홈런 기회까지 있었다니…”라며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한 경기에 홈런 5개를 친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아무도 대답을 안 하더라. 그래서 이 기록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5홈런 기록을 의식했다고 밝혔다.
[사진] 필라델피아 카일 슈와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경기 전까지 슈와버는 오타니와 함께 나란히 45홈런으로 이 부문 NL 공동 1위였다. 하지만 하루에 4개를 몰아치며 50홈런이 가까워졌다. 현재 페이스라면 2006년 라이언 하워드의 58개를 넘어 필라델피아 구단 역사상 최다 59홈런 시즌도 가능하다. 슈와버는 “기록을 세우면 좋겠지만 못 해도 괜찮다. 팀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슈와버의 시즌 성적은 134경기 타율 2할4푼8리(500타수 124안타) 49홈런 119타점 출루율 .370 장타율 .586 OPS .956. NL 홈런·타점 1위, 장타율·OPS 2위, 출루율 9위에 오르며 오타니의 MVP 대항마로 떠올랐다. 수비 포지션이 없는 지명타자라 MVP 경쟁에선 불리하지만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지명타자 실버슬러거 자리에서 오타니를 충분히 제칠 만한 성적이다.
4년 전과 비교해 슈와버는 위상이 확 바뀌었다. 여전히 삼진은 많지만 볼넷을 바탕으로 한 높은 출루율에 극강의 장타력으로 리그 최정상급 거포가 됐다. 2021년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며 성적을 끌어올린 뒤 필라델피아와 4년 7900만 달러 FA 다년 계약도 따낸 슈와버는 2022년 첫 홈런왕(46개)에 오르며 실버슬러거를 받았다. 2023~2024년에는 각각 NL MVP 19위, 15위에 올랐고, 올해 두 번째 올스타와 함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1억 달러 이상 가는 FA 대박도 충분히 가능하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