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쓸쓸한 결말을 맞았을까요.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가 삶과 죽음에 대해 묻습니다. 중앙일보 유료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가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을 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플’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장이 멀면 새벽에 일을 나갈 때가 많다.
교통 상황을 감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찍 나가려면 잠을 설친다.
출발 시간을 맞추려다 늦잠이라도 자면 큰일이다.
선잠을 깨곤 영 잠이 안 들면 일단 내려간다.
일러도 현장에 도착해 차 안에서 모자란 잠을 때우는 게 맘이 편하다.
그날도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5층짜리 원룸 빌라 앞.
차를 대놓고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참이었다.
이른 아침도 아닌, 새벽도 아닌…
사실 그 시간에 눈뜰 이는 없을 터.
아예 늦은 심야라고 할 칠흑 속에서 명멸하는 불빛.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껐다, 켜졌다, 다시 껐다, 켜졌다….
5층 꼭대기부터 계단, 복도 순으로 불이 움직였다.
새벽 배송? 그럴 시간도 아니다.
건물 청소를 이렇게 일찍부터 하나?
하여튼 불은 차례로 위에서 아래로 도깨비불처럼 움직여 내려왔다.
누군가 먼동도 안 튼 이 새벽에 뭔가를 하고 있는 게다.
그 움직임을 타고 센서등이 점멸했던 것이다.
이젠 3층, 2층, 1층.
누구일까 궁금해 차 문을 열어놨다.
2층에서 한참을 머물렀던 불이 1층으로 내려오자 사람의 형상이 됐다.
누구일까.
“어이쿠 벌써 오셨어요?
세입자들 출근 전에 뭐 좀 치우느라고….”
나를 알아보는 걸 보니 의뢰인이다.
“전화 주셨던 건물주 분이신가요?”
“네, 제가 전화드렸어요.”
이상했다.
뭘 좀 치운다는 그의 손엔 청소 도구가 없었다.
검정 비닐 봉다리를 쥔 왼쪽 손을 뒤로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잠간만요. 이거 좀 버리고, 잠시만….”
집주인이 새벽부터 5층 건물 전체를 돌며 ‘치운 것’.
맨손으로 검정 비닐 봉다리에 담아온 것.
그건 구더기들이었다.
그리고 그 벌레가 어디서 나온 건지를 나는 안다.
현장은 이미 다른 업체에서 특수청소를 했던 곳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소개해준 업체였는데,
어떻게 된 건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요.”
“장례식이요?”
보통 이런 죽음에서 ‘장례식’은 생략되기 마련이라 그냥 한번 물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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