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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에 희희낙락 하던 일본, MLB가 내민 청구서에 ‘뒤통수 맞은 기분’

OSEN

2025.08.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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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WBC 일본 내 독점 중계권 획득에 여론 패닉 상태

[OSEN=백종인 객원기자] 시계를 돌려보자. 6개월 전이다. 도쿄에서 MLB 개막전이 열렸다.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2연전이었다.

이 경기의 일본 내 시청자는 2400만 명이다. 그들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MLB). 대회 기간 팬 페스티벌에는 45만 명이 성황을 이뤘다.

MLB 공식 파트너인 패너틱스는 유니폼과 트레이딩 카드 등 판매로 4000만 달러(약 55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월드시리즈 평균보다 많은 액수다.

이 무렵이다. 미국 미디어에는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의 코멘트 하나가 보도됐다. 이런 말이었다.

“다저스가 몇몇 일본 선수에게 과도한 투자를 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 중에 가장 핵심은 일본이라는 점이다. 잠재적으로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의 가치도 충분하다는 보고서도 있다.”

사실 메이저리그는 걱정이 많다. TV시청률이나 관중 동원이 답보 상태다. 그래서 NBA(농구)를 무척 부러워한다.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국제화에 성공한 뒤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탓이다.

MLB의 계획도 비슷하다. 돌파구를 해외 시장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액을 써 가면서…. 굳이 서울에서, 도쿄에서 개막전을 벌인다. 야구장도 없는 런던과 시드니에서도 플레이볼을 외친다.

물론 세계화의 대표적인 이벤트는 따로 있다. 바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다. MLB가 야심 차게 기획하고, 주도하는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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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WBC를 앞두고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넷플릭스가 독점 중계권을 딴 사실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중파 TV는 멍하니 허공만 쳐다본다. 그동안은 주로 TV아사히가 방영권을 갖고 있었다. 몇몇 주요 경기는 NHK, 후지TV 같은 곳과 나누기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팬들도 비판적이다. 당연하다. 그동안은 공짜였다. 그걸 사용료 내고 봐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치민다. 거의 모든 매체가 성토하고 있다. SNS는 분노가 끓어 넘친다.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일단 일본야구기구(NPB)가 발을 뺀다. 이런 성명을 발표한다. “넷플릭스의 독점 중계권은 주최자 WBCI의 독자적인 결정이다. 우리는 사후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그러니까 “NPB 탓하지 마라”는 방어막이다.

요미우리 신문도 언짢은 내색이다. 그들은 주최자 자격이다. 도쿄돔 1차 라운드 10경기의 사업권을 가졌다. 마찬가지로 성명을 냈다.

“지난번 대회(2023년)는 WBCI가 당사(요미우리 신문사)를 통해 일본 내 중계권 계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를 거치지 않았다.”

최대 발행부수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문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장권 판매와 각종 이벤트 개최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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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는 ‘돈’이다. (일본 내) 중계권료 말이다.

알려진 바로는 전 대회가 2000만 달러(약 278억 원, 30억 엔) 수준이었다. 이걸 넷플릭스가 1억 달러(약 1390억 원, 150억 엔)에 따냈다는 소문이다. 무려 5배가 뛴 셈이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남는다. 그렇게 주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러니까 공중파의 경우는 광고 판매가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일본 한 경제학자의 분석이다. “월드컵의 경우 30초짜리 CF의 단가가 1회에 300만 엔(약 2840만 원) 꼴이다. 1경기에 100개를 튼다고 해도 기껏 3억 엔이다. 주요 5~6경기 해 봐야 20억 엔을 넘기기 빠듯하다.”

여기에 제작비도 필요하다. 그러니까 2023년의 30억 엔은 그야말로 ‘빛 좋은…’인 셈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다르다. ‘CF 숫자’라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다. 가입자 유입이라는 무한한 영역이 존재할 뿐이다.

일본 넷플릭스 이용자는 작년 말 현재 1150만 명으로 집계된다. 스탠더드 가입자의 월 이용료가 1590엔(약 1만 5000원), 프리미엄은 2,290엔(약 2만 1700원)이다.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모두 스탠더드 회원이라고 가정해도 월 총액은 183억 엔 정도다. 즉, 그들이 WBC에 베팅하는 것은 한 달 매출에 육박하는 거액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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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사례를 보자. 전 대회 일본 전 시청률은 40%를 훌쩍 넘겼다. 가구당 평균 인구 2.21명(2020년 기준)을 감안해도 5000만 명 정도가 TV를 봤다는 뜻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2~4명이 아이디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걸 감안해도 손익 계산은 충분하다. 100만 명이 추가로 유입돼, 1년 간만 유지해도 남는 장사다.

물론 훨씬 더 전문적이고, 심도 깊은 검토와 예측을 통해 투자가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 계산으로도 충분하다. 얼마든지 도전적인 시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를 다루는 일본 매체들이 쓰는 단어가 있다. ‘검은 배’라는 뜻의 흑선(黑船ㆍ구로후네)이다.

이는 1850년대 미국 페리 제독의 함대를 부르던 말이다. 거대한 군함 4척이 요코하마 근처로 와서 강제로 항구를 열게 만들고 정박했다. 일본의 쇄국정책이 종말을 맞고, 메이지 유신으로 이어진 사건이다.

거품이 빠진 이후 일본은 오랜 기간 경기 침체를 겪었다. 그러면서 국제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몇몇 지상파 TV가 철퇴를 맞았다. 그리고 OTT를 앞세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오타니 덕분에 MLB에 열광하던 일본이었다. 하지만 올봄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조용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다저스가 왜 그렇게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는지. 일본이 얼마나 매력적인 시장인지. 그들의 냉정한 속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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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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