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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법원 "망명신청자들 호텔 수용 계속 허용"…주민 반발

연합뉴스

2025.08.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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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 대표 패라지 "유럽인권협약 탈퇴, 불법이민자 60만명 추방"
영국 법원 "망명신청자들 호텔 수용 계속 허용"…주민 반발
극우정당 대표 패라지 "유럽인권협약 탈퇴, 불법이민자 60만명 추방"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영국 항소법원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망명신청자들을 호텔에 수용 중인 영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 이민 문제가 가장 큰 정치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주민들이 계속 반대 시위를 펼치고, 야당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져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역을 관할하는 항소법원(The Court of Appeal)은 29일(현지시간) 하급심의 가처분 결정을 뒤집어 달라는 정부 측 항소를 인용해 에식스주 에핑에 있는 벨 호텔이 여기 수용된 망명 신청자들을 퇴거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에핑은 런던에서 북쪽으로 약 30㎞ 거리에 있으며, 이 마을을 관할하는 에핑포리스트 자치구 의회는 제1야당 보수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런던 소재 사법고등법원(The High Court of Justice)은 에핑포리스트 자치구 의회가 호텔을 상대로 낸 강제퇴거 가처분신청을 인용하고 강제퇴거 완료 시한을 9월 12일로 정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 호텔에 수용된 38세 에티오피아인 남성 망명신청자가 지난달에 14세 소녀와 성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것을 계기로 망명신청자들을 강제퇴거시키라고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호텔 주변에서 벌여왔다.
해당 피고인의 첫 재판은 이달 26일 열렸으나,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에핑에서는 이번 주말에도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잉글랜드 중부에서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이민자 2명이 12세 소녀에 대한 납치강간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역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항소심 승소로 스타머 정부는 망명신청자들을 호텔들에 수용해온 현행 시스템이 붕괴할 염려는 덜었으나, 불안에 떠는 지역 주민들보다 망명신청자들의 편을 든다는 주민들과 야당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성명서에서 "키어 스타머는 자신들의 마을과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기를 원하는 영국인들의 권리보다 불법이민자들의 권리를 우선시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제퇴거 가처분 결정이 유지될 경우 영국 전역에서 망명신청자 수용 호텔들의 즉각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가 추가로 벌어지고, 현행 시스템에 압박을 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항소를 인용한 항소법원 재판부 판사 3인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빈은 만약 불법 시위를 이용해 가처분결정을 얻어낼 수 있다면 다른 이들도 이를 본받도록 부추기는 격이 돼 "더 많은 불법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6월말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영국 내 망명신청자는 3만2천여명이며, 이들은 전국 곳곳의 호텔 200여곳에 분산 수용돼 있다.
현재 노동당 정부는 2029년으로 예정된 차기 선거 이전까지 이런 방식의 호텔 수용을 모두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로서는 유럽인권협약(ECHR)에 따라 극빈 상태에 처한 망명신청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정부 측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극우 정치인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는 인권 관련 법을 개정해 망명신청자들의 대량추방을 가능하게 하자는 제안을 최근 내놨다.
그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2029년으로 예정된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영국이 ECHR에서 탈퇴토록 하고 첫 5년 임기 동안 최대 60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약했다.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 개혁당은 650석의 영국 하원에서 단 4석만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이 정당의 지지율은 집권 노동당과 제1야당 보수당보다 더 높다.
패라지는 소셜 미디어 X에서 "정부는 에핑 주민들에 맞서서 ECHR을 이용했다"며 "스타머 정권 하에서 불법 이민자들은 영국 국민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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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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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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