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에서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투수 워커 뷸러(30)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방출됐다. 다저스 가을야구 1선발로 나설 만큼 존재감이 대단한 투수였지만 커리어가 빠르게 꺾이고 있다.
보스턴은 30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신인 투수 페이튼 톨리를 콜업하며 뷸러를 방출했다. 이날 선발로 데뷔한 톨리가 26인 로스터에 들어오면서 누군가 빠져야 했고, 보스턴은 뷸러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FA로 풀린 뷸러는 보스턴과 1년 2105만 달러에 계약했다. 퀄리파잉 오퍼와 같은 조건으로 사실상 FA 재수에 나섰지만 올 시즌 23경기(22선발·112⅓이닝) 7승7패 평균자책점 5.45 탈삼진 84개 WHIP 1.56으로 부진했다.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자 뷸러는 결국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25일 뉴욕 양키스전에 6회 구원 등판, 2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는데 결국 보스턴에서의 마지막 등판이 됐다.
‘MLB.com’에 따르면 크레이크 브레슬로 보스턴 야구운영사장은 “정말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뷸러는 이 리그에서 오랫동안 훌륭한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부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 선발진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불펜에서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보직을 바꿨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리처드 피츠의 부상으로 불펜에서 롱릴리프를 잃었고, 오늘 경기에서 선발이 필요했다. 팀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보통 시즌 중 선수를 방출할 때 양도 지명(DFA) 과정을 거치기 마련. 웨이버 클레임을 하는 팀이 있으면 구단은 잔여 연봉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보스턴은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곧바로 방출 처리했다. 뷸러가 더 빨리 새 팀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브레슬로 사장은 “뷸러의 위상과 업적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이것이 가장 공정한 방식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뷸러가 기대만큼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의 선수로서 자질과 개인적 역량, 야구 지식은 인상적이었다. 함께해서 즐거웠고, 앞으로 그에게 최고의 행운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보스턴에서 방출된 워커 뷸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5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된 뷸러는 2017년 데뷔 후 다저스의 핵심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특히 2019년에는 당시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 1위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다저스 포스트시즌 1선발로 시작할 만큼 최고의 구위와 강심장을 인정받았다. 2021년에는 33경기(207⅔이닝) 16승4패 평균자책점 2.47 탈삼진 212개로 최고 시즌을 보내며 NL 사이영상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6월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개인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커리어가 빠르게 꺾였다. 예상보다 재활이 길어져 2023년 시즌을 통째로 결장했고, 지난해 복귀 후 예전의 구위와 커맨드를 보여주지 못했다. 16경기(75⅓이닝) 1승6패 평균자책점 5.38.
지난해 포스트시즌 마지막 3경기 10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 월드시리즈 우승 순간 세이브 투수가 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다저스는 FA 재계약에 미온적이었다. 결국 보스턴으로 이적했으나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채 방출돼 커리어의 중대 기로에 섰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