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결국 조세 무리뉴(61)의 페네르바체 도전도 ‘무관’으로 막을 내렸다. 유럽 무대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명장이지만, 튀르키예 땅에서는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페네르바체는 29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무리뉴 감독과 결별을 알렸다. 지난해 6월 부임해 14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것. 통산 7번째 도중하차다. 결정타는 유럽 무대였다. 페네르바체는 28일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벤피카에 0-1로 패하며 본선행이 좌절됐다. 고작 이틀 뒤 무리뉴 감독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첫 시즌에도 ‘무관’은 이어졌다. 리그에서 갈라타사라이에 밀려 2위에 머물렀고, 유로파리그와 튀르키예컵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무리뉴 감독답게 화제는 많았다. 갈라타사라이와의 경기에서는 인종 차별 발언 논란에 휘말리며 큰 파문을 일으켰고, 심판 판정을 두고도 끊임없이 불만을 토해냈다. 결국 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냈으나 항소 끝에 2경기 감경되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지막은 초라했지만, 무리뉴의 커리어는 여전히 화려하다. 포르투, 첼시,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유, AS 로마까지 26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다. 특히 로마 시절엔 UEFA 주관 대회 그랜드슬램(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컨퍼런스리그 우승)을 완성하며 ‘스페셜 원’의 이름값을 다시 증명했다. 그러나 토트넘과 페네르바체에서는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재미있는 건 위약금이다. 무리뉴의 짧은 도전은 늘 ‘거액의 보상’으로 이어졌다. 영국 ‘더 선’에 따르면 지금까지 그가 받아온 위약금 총액은 무려 9390만 파운드(약 1764억 원). 첼시 두 차례 해임에서만 2630만 파운드를 챙겼고, 맨유에서는 1960만 파운드, 레알 마드리드 1700만 파운드, 토트넘 1500만 파운드, 로마 300만 파운드를 수령했다
이번 페네르바체와의 결별에서도 최소 1300만 파운드를 받을 전망이다. 사실상 통산 위약금 1억 파운드 돌파가 눈앞이다. ‘우승은 없어도 위약금은 확실하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가 문제다. 유럽 정상 무대에서 이미 명성을 쌓은 무리뉴지만, 최근 몇 년간 성적은 내리막이다. 토트넘에서는 리그컵 결승을 앞두고 해임됐고, 로마에서는 세리에A 성적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페네르바체에서는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며 또다시 ‘무관’으로 물러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이름값은 무겁다. 일부 현지 언론은 EPL 복귀 가능성을 거론한다. 무리뉴 본인도 지난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유럽 대항전에 나서지 않는 클럽을 맡는 것이다. 2년 안에 잉글랜드 최하위 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무리뉴는 유럽 무대에서 검증된 명장이지만, 동시에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퇴물’로도 평가받는다. 페네르바체 결별은 그 두 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명예로운 커리어와 초라한 현재. 무리뉴는 다시 한 번 ‘스페셜 원’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