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요? 진짜 좋은 어른은 본인이 몰라요. 주위에서 그렇게 말해줘야 좋은 어른인 거지, 본인이 좋은 어른인 척하면 오히려 재수 없잖아요. 의도해서 살면 안 된다니까.”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우리에게 ‘좋은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근엄하고, 인자하며, 현명해야 할 것 같죠. 그 기준에 맞추려다 보니 본인의 진짜 모습과 다르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멋있는 척, 다 아는 척, 괜찮은 척, 좋은 어른인 척 말이죠. 31년 차 개그맨 김태균(52)은 “그럴수록 같이 밥 먹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된다”고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어 간다는 뜻이죠.
김태균은 “쉰 살이 넘어간 이제야 인생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유언으로 남긴 말씀이 있어요. 태균아, 인생 참 허무하다. 그러니 네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 찾아서 마음껏 즐기고 살아라.” 이 말의 의미를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11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이해한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20년간 매일 진행하고 있는 SBS 라디오 ‘두시 탈출 컬투쇼(이하 컬투쇼)’에서 김태균은 클로징 멘트로 “남은 하루 최선을 다해서 충분히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지금까지 몸소 깨달은 내용을 묶어 최근『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몽스북)을 펴냈습니다. 어떻게 해야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김태균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 당신은 혼자 잘 있을 수 있나요?
📌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
📌 50대, 진짜 인생을 맛보는 시기
📌 내 아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질문
Q : 책 출간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한 달 전부터 러닝을 시작했거든요.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시작했는지 몰라. 아침 먹기 전, 공복으로 월드컵 공원을 한 바퀴 달려요. 한 7㎞ 정도 되거든. 땀 쫙 빼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 진짜 좋아요. 막 소름 돋는다니까. 그러곤 집에 와서 간단하게 사과 반쪽에 땅콩버터를 먹고 라디오 진행하러 SBS로 출근하죠. 방송 끝나고 저녁이 돼서야 밥다운 밥을 먹어요. 그리고 집에 가서 가족과 산책하거나 수다 떨며 남은 하루를 보내죠. 방송이 매일 있다 보니, 늘 이렇게 지내요.
Q : 저녁 약속 많을 것 같은데, 의외네요.
그렇죠? 전 막상 사람 잘 안 만나요. 요샌 출간한 책 때문에 도서관이나 서점을 돌며 북토크하러 다니기는 하는데,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싫은 사람 안 볼 수 있고, 싫은 걸 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잖아요. 이게 얼마나 좋은데요.
Q : 근데 많은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 하더라고요.
글쎄 말이에요. 나이 들수록 ‘혼자 있기’를 잘해야 해요. 경험상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마음에 여유 있는 사람들은 ‘혼자 있기’를 굉장히 잘하더라고요. 외롭다는 느낌은 친구나 배우자와 함께 있어도 들거든요. 근데 이때 외로워질 용기를 내야 해요. 그래야 내게 다정해질 수 있거든요. 열심히 살아온 짠한 나를 내가 아니면 누가 챙겨주겠어요.
Q :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이라니, 책 제목이 꽤 재미있습니다.
제목 좋죠? 저도 이 문장이 먼저 떠올라서 제목으로 적어놓고,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선 밥이 주는 의미가 있어요. “밥 먹었어?”가 인사말이잖아요. 같이 밥 먹는 건 애정이 담긴 행위 같아요. 저만 해도 싫은 사람하고 밥 못 먹으니까. “밥 같이 먹을래?” 했을 때 상대방에게서 흔쾌히 “좋아요”라고 대답이 나온다면 잘산 거 아닌가.
Q : 실제로 후배들이 같이 밥 먹자고 하나요?
엄청 사달라고 하죠. 제가 상암동에 사는데요. 개그맨들 되게 많이 돌아다녀요. 지나가다 보면 “선배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많이 듣거든요. 그럼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밥 사주고 쿨하게 가는 거죠. 그런데 조금만 걸으면 후배가 또 있어요. 그럼 뭐 별수 있나. 또 사줘야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