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보스턴 레드삭스에 괴물 투수가 떴다. 최고 시속 160km를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 페이튼 톨리(23)가 성공적인 데뷔 신고를 했다. 사이영상 좌완 크리스 세일(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떠올리게 한 투구였다.
톨리는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데뷔, 5⅓이닝 3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 호투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보스턴은 불펜 난조로 2-4 역전패를 당했고, 톨리의 데뷔전 선발승도 불발됐지만 최고 투수 유망주의 엄청난 잠재력을 확인한 경기였다.
보스턴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톨리를 26인 로스터에 올리면서 투수 워커 뷸러를 방출했다. 1년 2105만 달러 FA 계약을 맺고 보스턴에 온 뷸러는 올 시즌 23경기(22선발·112⅓이닝) 7승7패 평균자책점 5.45로 부진했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해 지난 25일 뉴욕 양키스전에 불펜으로 나섰지만 2⅓이닝 2실점으로 흔들렸다.
양도 지명(DFA)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련 없이 뷸러를 방출한 보스턴은 올해 하이 싱글A를 시작으로 더블A, 트리플A까지 빠르게 성장 과정을 밟은 톨리를 콜업했다. 지난해 2라운드 전체 50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된 좌완으로 198cm, 113kg 거구의 강속구 투수. MLB 파이프라인 보스턴 팀 내 랭킹 2위, 전체 랭킹 28위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부터 톨리는 괴물 탄생을 알렸다. 1회 자레드 트리올로를 시속 98.3마일(158.2km)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시작하며 삼자범퇴로 스타트를 끊은 톨리는 2회 토미 팸에게 볼넷을 준 뒤 앤드류 맥커친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아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알렉산더 카나리오, 헨리 데이비스를 포심 패스트볼로 연이어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리오버 페게로를 우익수 뜬공 잡고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사진] 보스턴 페이튼 톨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회를 다시 삼자범퇴로 막았고, 4회도 볼넷 1개만 주고 끝낸 톨리는 5회 2개의 삼진을 잡으며 삼자범퇴로 기세를 올렸다. 2-0 리드 상황에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톨리는 1사 후 닉 곤잘레스와 브라이언 레이놀즈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2루에서 교체됐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펜웨이파크 3만6344명 홈 관중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구원 그렉 와이서트가 팸에게 중월 2타점 2루타를 맞아 2-2 동점이 됐고, 톨리의 승리도 날아갔지만 강렬한 데뷔전이었다. 총 투구수 84개로 최고 시속 99.2마일(159.6km), 평균 96.2마일(154.8km) 포심 패스트볼(50개) 중심으로 커터(20개), 체인지업(8개), 슬라이더(4개), 커브, 싱커(이상 1개)를 던졌다. 낮은 스리쿼터에서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은 알고도 치기 어려웠다. 포심 패스트볼로 9번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그 중 6번은 삼진으로 이어졌다.
‘MLB.com’은 ‘메이저리그 콜업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린 톨리가 하루 만에 피츠버그 에이스 폴 스킨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22세 좌완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자 만원 관중으로 가득한 펜웨이파크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보스턴이 수년 만에 배출한 최고 투수 유망주에겐 잊지 못할 밤이었다’고 전했다.
[사진] 보스턴 페이튼 톨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톨리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1회를 마치고 마운드 내려왔을 때 발이 저려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이 순간을 오랫동안 되새기게 될 것 같다”며 기립 박수를 받은 것에 대해 “솔직히 눈물을 참느라 애썼다. 특별한 순간이었고, 오랫동안 해온 노력이 그 30초라는 짧은 순간에 결실을 맺은 기분이었다”며 감격했다.
기립 박수를 받으며 교체된 톨리는 관중석의 아버지에게 손가락을 가리켰다. 어머니는 없었다. 지난해 6월 드래프트 두 달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톨리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보스턴 구단은 장미 꽃이 놓인 빈 좌석을 마련했다. 톨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머니가 ‘넌 여전히 부족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난 만족했고,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붓고 내려갔다. 경쟁을 했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경기를 이기지 못해 아쉽지만 우리에게 정말 좋은 밤이었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구단이 한걸음 더 나아간 날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피츠버그 베테랑 타자 맥커친은 “톨리의 팔 각도와 익스텐션은 크리스 세일을 떠올리게 했다. 세일보다 체격은 더 크지만 공을 던지는 모습은 매우 비슷했다. 구위가 좋았는데 패스트볼이 특히 강력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봤다”고 치켜세웠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