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후벵 아모림 감독이 드디어 미소를 지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전 4기 끝에 올 시즌 첫 승리를 기록했다.
아모림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홈 경기에서 번리를 상대로 3-2 진땀승을 거뒀다.
짜릿한 승리였다. 초반부터 몰아붙이던 맨유는 전반 27분 상대의 자책골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전반 29분 마테우스 쿠냐가 햄스트링 문제로 교체됐고, 후반 10분 라일 포스터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반격을 허용한 맨유는 곧바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후반 12분 브라이언 음뵈모가 맨유 소속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자 올 시즌 맨유의 첫 필드골을 터트린 것. 그러나 기쁨도 잠시, 맨유는 후반 21분 재차 실점하며 2-2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간절한 마수걸이 승리가 또 한 번 다음으로 미뤄지는가 싶었던 경기 막판. 맨유가 짜릿한 극장골을 터트렸다. 후반 추가시간 2분 아마드 디알로가 박스 안에서 잡아 당겨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골문 구석으로 차 넣으며 득점했다. 맨유는 남은 시간 번리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경기를 승리로 매조지었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이로써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한 맨유다. 맨유는 이날 전까지 공식전 3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리그에서 아스날을 만나 0-1로 졌고, 풀럼과 1-1로 비겼다. 그리고 직전 경기에서 4부리그 그림즈비를 상대로 0-2로 끌려가다가 겨우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1-12로 패하며 카라바오컵(EFL컵)에서 조기 탈락했다.
맨유가 창단 이래로 4부리그 팀에 무릎 꿇은 건 처음 있는 굴욕이었다. 당시 아모림 감독은 "팬들에게 미안하다. 시작부터 모든 게 잘못됐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라고 고개를 숙이며 "결국엔 최고의 팀이 이겼다. 오늘 경기장 위에는 오직 한 팀밖에 없었다"라고 좌절했다.
번리전이 중요한 시험대였다. 앞서 영국 'BBC'의 사이먼 스톤 기자는 "아모림의 자리는 확실히 안전하지 않다. 그는 토요일 번리와 경기 이후에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임을 언급했다. 클럽이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대신 스스로 미래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라며 "맨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역시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아모림 감독은 번리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어떤 날은 사퇴하고 싶다. 또 어떤 날은 이 자리를 20년간 지키고 싶다. 때로는 내 선수들이 사랑스럽지만, 또 다른 날은 미워지기도 한다"라며 "선수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스스로 고쳐야 하지만 쉽지 않다"라고 솔직 고백했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다행히 안방에서 번리를 꺾고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 맨유. 이날 맨유는 두 차례나 동점골을 얻어맞긴 했지만, 결국에 승리를 손에 넣었다. 슈팅도 26개나 기록하며 번리를 압박했고, 기대득점(xG)도 3.54에 달했다.
마침내 얼굴에 미소를 띠고 믹스트존에 선 아모림 감독. 그는 "나도 맨유 팬들처럼 더 많은 골을 넣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어서 좌절스러웠다. 오늘 축구는 공정했다. 우리가 더 나은 팀이었다"라며 "우리는 모두 한 팀이다. 나 한 사람만의 승리가 아니다. 모두가 오늘 승리를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다"라고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제 프리미어리그는 2주간 A매치 휴식기에 접어든다. 맨유의 다음 상대는 '맨체스터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 두 팀은 내달 15일 맨시티 홈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팀을 정비할 시간을 얻은 아모림 감독. 그는 "오늘은 좋은 하루였지만, 그저 하나의 승리일 뿐이다. 내게는 경기를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이겼어야 했다. 우리는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 아스날을 상대로, 풀럼을 상대로 우리의 수준을 조금씩 되찾았다. 오늘도 대체로 같았다"라고 발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