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0일 극한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를 방문해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김홍규 강릉시장이 “9월은 비가 올 거라 굳게 믿고 있다”고 말하자 “비가 안 올 경우 사람 목숨을 가지고 실험할 수 없지 않으냐”며 이같이 말했다.
30일 이 대통령의 강릉 방문은 예정돼 있던 일정이 아니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이 이날 아침 “현장을 직접 가봐야겠다”고 하면서 긴급하게 일정이 잡혔다고 한다. 대통령실에서는 황인권 대통령 경호처장과 권혁기 의전비서관 등 소수 참모만 동행했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진태 강원지사, 김홍규 강릉시장 등 관계 부처 장관과 단체장이 다수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재난 사태를 선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김 지사의 요청을 받고, 현장에서 윤 장관을 향해 “가능하고 필요하면 그렇게 하시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라”며 “식수 확보를 위해 전국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여유가 있는 지자체에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30일 오후 7시를 기해 강릉시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재난 사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피해가 발생해야 하는 특별재난지역과 달리,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도 행안부 장관이 미리 선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강릉시엔 소방탱크 차량 50대가 투입돼 하루 약 2000톤의 추가 급수가 개시됐다. 해양 기름유출 사고나 대규모 산불이 아닌 자연재해인 가뭄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일본 순방 직후 이 대통령이 직접 가뭄 현장을 찾은 건 ‘민생·경제 중심’이라는 대통령실 기조와도 관련이 깊다. 이 대통령은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대통령실은 다음 달 2일 국무회의에선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업무 보고를 바탕으로 국가 성장 전략에 대한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K-제조업 대전환’를 주제로 한 토의가 이뤄지고, 이와 별개로 ‘K-바이오 혁신 간담회’도 개최한다. 이규연 수석은 “이 대통령이 지난 몇 주 동안은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순방 직후부터 ‘국내 민생 및 경제 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주력해서 챙기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