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여차 했으면 ‘도로협찬 우승자’로만 기억될 뻔했다. 하지만 신다인(24)이게는 들려주고 싶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력에 내년 시즌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정규투어 시드를 걱정하던 신다인이 ‘제14회 KG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8000만 원) 우승으로 한 걱정을 덜었다.
신다인은 KG 레이디스 오픈 이전까지 KLPGA 투어 18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KG 레이디스 오픈에서의 신다인은 달랐다. 1라운드 67타, 2라운드 66타로 훨훨 날았다. 최종 3라운드는 3타차 단독선두(-11)로 챔피언조에 편성됐다.
신다인의 3라운드 경기는 ‘생애 첫 우승 도전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흘렀다. 꽤 큰 타수차 덕분에 근근이 선두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불안의 연속이었다. 경쟁자들이 맹추격을 하는 사이 신다인은 17번홀까지 버디 2개, 보기 2개로 겨우 본전치기를 하고 있었다.
실낱 같은 희망이 마지막 파5 18번홀에서 나왔다. 두 번째 샷에 공을 그린 프린지에 올리고 버디를 잡아냈다. 최종합계 12언더파로 연장전에 가세할 수 있었다. 연장전 진출자는 신다인 유현조 한빛나였다.
연장 첫 번째 승부에서 문제의 장면이 연출됐다. 신다인의 드라이브샷이 우측으로 밀리더니 카트길을 타기 시작했다.
신다인은 당시 상황을 “연장전에 나서면서 생각보다 긴장이 안돼 똑바로 갈 거라 생각하고 쳤는데, 공이 밀려 맞으면서 우측으로 갔다. 카트를 타고 세컨으로 이동하는데 경기위원님이 ‘공이 아직도 굴려가고 있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사진]OSEN DB.
행운이 깃든 신다인의 드라이브샷은 비거리 446.1야드(408미터)로 공식 기록됐다. 유현조와 한빛나가 우드로 세컨드샷을 하는 사이 신다인은 웨지를 잡았고, 공은 핀 2.4야드 거리에 붙었다.
그 사이 더 먼 거리(8.7야드)에서 유현조가 버디를 잡았다. 훨씬 짧은 거리의 신다인이 이글을 성공시키면 승부는 끝나는 상황. 그러나 신다인의 공은 컵에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이글 퍼트가 성공했으면 신다인은 ‘도로협찬 우승’이라는 굴레도 안고 가야했을 터다.
한빛나가 버디에 실패하면서 신다인과 유현조의 두 번째 연장승부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모든 게 정상적이었다. 둘 다 스리온에 성공했고, 버디 퍼트로 우승컵의 향방을 가를 판이었다. 신다인은 6.0야드 버디 퍼트에 성공했고, 유현조는 5.1야드에서 실패했다.
경기도 용인의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예선 6826야드, 본선 6728야드)에서 써 내려간 신다인의 생애 첫 우승 스토리는 가슴 뭉클한 인터뷰로 막을 내렸다.
[사진]OSEN DB.
“우승은 하늘이 정해준 거라 생각해 왔다. 못하면 어쩔 수 없고 우승을 하면 감사할 일이다”는 신다인은 “최종일 경기를 3타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미처 우승 소감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신다인은 “어릴 때는 공을 나름 잘 쳤는데 프로에 들어오니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항상 곁에서 응원해주신 엄마 아빠가 제일 힘들었을 것 같다. 레슨도 받고 했는데 잘 안 잡혔다. 결국 아빠가 나서서 ‘둘이 해보자’ 하시면서 유튜브도 보고 다른 선수 스윙도 보면서 함께 노력했다. 그런 노력들 덕분인지 조금씩 잡히기 시작해 좋은 결과도 왔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 지는 항상 생각해 왔는데, 최종적으로는 마흔 살까지 오래 투어를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