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브라질에 현대판 노예농장…423억원 배상 판결
1970∼1980년대 군부정권 아마존 개발 참여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브라질 군부독재 시절 현지 노동자들을 불법 착취한 사실이 인정돼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브라질 파라주 헤덴상 노동법원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폭스바겐 자회사가 노동자들에게 1천6천500만 헤알(약 42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dpa·AP통신 등이 30일 보도했다.
브라질 노동검찰청은 브라질 내 현대판 노예노동과 관련한 배상금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1974∼1986년 파라주에 발리 두히우 크리스탈리누 농장을 운영하며 숲을 개간하고 목초지를 조성했다.
비정규 노동자 약 300명은 장시간 노동하며 비인간적 대우를 받았다. 무장 경비원이 감시하는 가운데 불안정한 주거와 식량 부족에 시달렸고 말라리아에 걸려도 치료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빚을 갚기 위해 일하며 농장에 사실상 억류됐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같은 방식의 채무노예(debt bondage)를 강제노동으로 간주한다.
폭스바겐의 현대판 노예농장은 1983년 농촌사목 활동을 하던 히카르두 헤젠지 신부가 이곳에서 탈출한 노동자의 증언을 듣고 수십 년간 추적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농장은 아마존 개발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한 당시 브라질 군부독재 정권이 지원했다. 폭스바겐은 1964∼1985년 브라질 군부에 협력해 현지 자사 공장의 반체제 성향 노동자들을 탄압한 사실이 드러나 2020년 570만 유로(약 93억원)의 배상금을 문 바 있다.
폭스바겐은 "인간 존엄성의 원칙을 꾸준히 지키고 모든 관련 노동법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아메리카 대륙 최대의 노예 수입국이었다가 1888년 노예제도를 폐지했다. 최근에는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들의 노동력 착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커피업체 스타벅스는 브라질 커피농장에서 일하다가 탈출한 노동자들에게 올해 2월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브라질 노동검찰청은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공장 신축 과정에서 강제노동을 시켰다며 지난 5월 2억5천700만 헤알(약 658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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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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