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에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 간 이견이 없다. 파열음·암투·반발·엇박자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정 대표는 “대통령께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고 한 말씀은 당연한 말씀이다. 법사위 공청회나 의원총회, 필요하면 더 많은 공개토론회도 열 수 있다”면서도 “정부조직법은 곧 성안이 돼 9월 안에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이 한 발언이 민주당의 속도전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그게 아니라는 유권해석에 나선 것이다. 검찰개혁의 방법론을 두고 법무부와 민주당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자, 이 대통령은 “토론의 문화를 장착해서, 어떤 부분이 대안이 되고 있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더 합리적이고 그리고 국민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검찰 개혁안을 마련해 가야 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실도 정 대표의 해석에 힘을 실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30일 전국 9개 민영방송사와 대담에서 “수사·기소 기관을 분리한다는 건 합의가 돼있고, 추석 전에 정부조직법에 담아서 공식화한 것으로, 검찰개혁의 방향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 수석은 "이후 수사와 기소가 어떻게 되고, 권한이 어떻게 배분되는 지는 집행에 관한 문제다. 또 다른 라운드"라며 "집행의 문제에 대한 논쟁은 활발한 게 좋다. 그것이 대통령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신설되는 중수청을 어느 부처 아래 두느냐와 기소와 공소유지만 맡게 되는 기관의 이름 ‘공소청’으로 할 것이냐 등에 대한 이견 때문에 9월 중 정부조직법 개정이 불발될 가능성은 없다는 취지다.
당·정이 동시에 갈등설 진화에 나선 건 최근 이견이 드러나는 양상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25~26일 국회에서 “행안부 산하에 경찰·국가수사본부·중수청까지 둘 경우 권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한 데 이어, 경찰의 불송치 사건까지 검찰에 넘기는 '전건송치', 보완수사권 유지 등을 열어놓고 검토해야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민형배 당 검찰정상화특위 위원장이 지난 27일 “장관께서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라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하며 갈등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 장관을 향한 범여권 내 공세는 금세 거칠어졌다. 조국혁신당에선 “보완수사권도 검찰 직접수사권이다. 전건송치·수사지휘권 부활은 언급할 가치도 없이 반개혁적”(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지난 29일 국회 토론회에서 “정 장관조차도 검찰에 장악돼 있다. (개혁안도) 검사장 자리 늘리기 수준”이라고 깎아내렸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31일 “검찰 정권을 거치며 검찰 조직의 멘탈리티가 변질되지 않았나 하는 공포감마저 느껴진다”며 “검찰 내부에서 개혁을 바라왔던 한 인사가 작금의 사태에 거칠게 표현하는 것도 그런 우려의 표출일 것”이라며 임 지검장을 감쌌다.
당·정이 동시에 수습에 나선 만큼 일단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거란 예측이 우세하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9월 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쟁점(▶중수청의 소속 부처 ▶검찰청 명칭 폐지 여부)에 대한 합의를 이뤄 9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내 조율도 활발해진 모습이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정성호 장관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등을 공관으로 불러 검찰개혁의 주요 쟁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당·정 간 이견은 다시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건송치 ▶보완수사권 ▶수사지휘권 부활 등 수사 실무와 관련된 예민한 쟁점들이 후속 입법 과정에서 도드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평소 참모들에게 “개혁 입법은 보완책도 꼼꼼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대안’과 ‘부족한 점’을 언급한 건 검찰 개혁 법안을 졸속으로 만들지 말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여권 내에서 구체적인 쟁점을 두고 토론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인신공격 같은 비난이 앞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