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구성을 포함한 내란특별법(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면서 정기국회 시작 전부터 파열음이 일고 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 영장 기각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떨어졌으니 별도 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논리다. 국민의힘은 “입맛대로 특검에 이은 입맛대로 재판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3대 특검 대응특위’ 기자회견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민주당은 내란특별법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내란재판부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115명이 공동 발의한 내란특별법은 내란 사건에 대한 1심·2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설치한 특별재판부가 전담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재판 기간도 1심· 2심을 각각 3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법관의 제척’ 원칙을 명시해 대법관 14명 중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9명은 내란 재판 관련 직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판사는 국회·법원 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각 3명씩을 추천해 꾸려진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9명)를 통해 구성하도록 했다. 추천위가 2배수로 특별재판부 판사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3명을 임명한다. 법원이 아닌 특별재판부가 특정 사건을 전담케 하는 제도는 1948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와 4·19 직후 부정선거 사건 특별재판부가 있었다.
법사위 간사 김용민 의원이 지난 28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9월 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내란특별법을 상정할 것”이라고 했을 때만 해도, 내란특별재판부 도입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도 “상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31일 원내 지도부 의원이 통화에서 “9월에 처리해야 내란이 지속한다는 경각심을 알릴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당내 공감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당 핵심관계자는 “사법부를 자극했다간 영장 단계에서 꼬일 수도 있으니, 수사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입맛대로 특검에 이어, 입맛대로 재판부까지 만들겠다고 한다”며 “정치 특검으로 짜 맞춘 수사를 하더니, 주문형 재판으로 내란 몰이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제는 하다 하다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을 내려 줄 ‘민주당 하명 재판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논평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상 인정되는 특별법원(헌법 110조)은 군사법원 뿐”이라며 “그 외의 특별법원 또는 아예 헌법상 근거 자체가 없는 특별재판부는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누구는 일반 재판부에서 받고, 누구는 특별재판부에서 받는 것 자체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권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9월 1일부터는 100일간 정기국회가 개막한다. 2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3일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5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부터 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최 후보자에 대한 음주운전 전력과 천안함 관련 음모론 제기, 주 후보자에 대한 세금 상습 체납 이력을 문제 삼고 있다. 9~10일에는 민주당·국민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15~18일은 대정부질문이 예정돼있다.
민주당은 이후 각종 법안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하겠다는 태세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가짜뉴스 근절법’,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입법, 수사·기소 분리를 담은 검찰 개혁법, 3대 특검 개정안을 모두 9월 중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특검법 연장부터 저지하고, 검찰개혁은 자체 법안을 만들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정부가 편성한 728조원 예산안도 정기국회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민생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건국 이래 최초로 한 해에만 109.9조원의 적자 국채를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사상 유례없는 빚잔치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