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FC가 FC서울을 꺾었다. 승리를 결정짓는 순간 안양 선수단과 서포터즈는 마치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기뻐했다.
안양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K리그1 28라운드에서 서울을 2-1로 눌렀다. 안양이 2013년 창단 이후 서울을 누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안양 서포터즈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FC서울은 2004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기 전까지 1996년부터 안양에 둥지를 틀었다. '안양LG치타스'의 붉은 유니폼은 안양 시민들의 활력소이자 자랑거리였다. 애정이 컸던 만큼 구단의 연고지 이전에 대한 팬들의 박탈감도 컸다.
연고지 이전으로부터 9년이 흐른 2013년 안양은 시민구단 안양FC를 창단해 2부리그에 도전장을 냈다. FC서울을 넘어선다는 염원을 안고 창단한 안양은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삼았다. '홍득발자(紅得發紫)'라는 안양FC의 응원 슬로건을 팬들은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안양의 보라색 유니폼이 진정한 붉은 유니폼'이라는 안양FC 구단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고 있는 슬로건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축구단에 상실감을 느꼈던 안양의 축구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날 승리로 연고지 이전을 둘러싼 한을 21년 만에 푼 셈이다.
2013년 창단 이후 K리그 챌린지와 K리그2 등 12시즌 동안 2부리그를 전전하던 안양은 지난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시즌 처음으로 K리그1 무대에 입성했다. 이번 시즌 앞서 열렸던 FC 서울과 두 차례의 경기에서는 1무1패를 기록했다. 이날 세 번째 도전 만에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을 거둔 안양은 승점 33점으로 기존 11위에서 9위로 점프하며 강등권 위기에서 벗어났다. 반면 서울은 승점 40점으로 5위를 유지했다.
이날 안양은 전반 3분 토마스의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앞서갔다. 전반을 1-0으로 리드한 채 마친 안양은 후반 수비수 권경원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다. 서울 김진수가 조영욱에게 올린 크로스가 권경원의 몸을 맞고 골대로 향했다.
승부는 후반 교체투입된 모따의 결승골로 희비가 갈렸다. 모따는 후반 33분 야고의 왼발슛이 골키퍼를 맞고 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시즌 11호골로 득점왕 경쟁에도 다시 가세했다. 득점 1위 전진우(전북 현대)와는 3골 차이다.
한편 강원하이원아레나에선 강원FC가 전반 39분 터진 모재현의 결승골을 잘 지켜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2연승과 더불어 5경기 연속 무패(2승 3무) 행진을 이어간 강원(승점 38)은 6위 광주FC(승점 38)와 승점이 같아졌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7위로 제자리걸음 했다. 반면 3위 포항(승점 44)은 4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4위로 떨어졌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선 대전하나시티즌이 후반 추가시간 막판 터진 수비수 안톤의 역전 결승골을 앞세워 김천 상무를 2-1로 꺾었다. 2연패에서 탈출한 대전(승점 45)은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최근 2연승에 6경기 연속 무패(4승 2무)의 상승세를 이어온 2위 김천은 7경기 만에 패배를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