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 계약을 앞뒀을 때보다 주목도가 높습니다. 이렇게 많은 스카우트가 한국에 모인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종착역에 가까워지는 가운데 선수 영입전이 한창인 빅리그 스카우트도 잰걸음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와 큰 무대를 꿈꾸는 국내 선수를 잡으려는 MLB 10여개 구단 스카우트가 동분서주 전국을 누비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 대결은 경기 자체보다 MLB 스카우트의 총집결로 화제가 됐다. 코디 폰세(31·한화)와 송성문(29·키움) 등을 보기 위해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시카고 컵스, 시애틀 매리너스 등 11개 구단 스카우트가 몰렸다.
사실 빅리그 스카우트의 경기 관전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번갈아 홈경기를 하는 서울 잠실구장에는 빅리그 구단 직원이 상주하다시피 한다. 중앙지정석 뒤편에 이들을 위한 전용석까지 따로 둘 만큼 방문 빈도도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이날 10여개 구단 스카우트가 한꺼번에 몰린 고척구장 모습은 이례적이다.
스카우트를 ‘동시다발적’으로 끌어들인 선수는 역시 한화 에이스 폰세다. 시즌 최다승인 16승의 폰세는 미국으로 유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구체적인 금액이 거론될 정도다. 앞서 KBO리그에서 활약한 뒤 이를 토대로 MLB에 재진출한 카일 하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에릭 페디(32·밀워키 브루어스), 메릴 켈리(37·텍사스 레인저스) 등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아도 폰세의 미국 복귀 가능성은 매우 높다.
빅리그 스카우트 눈길이 폰세에만 쏠린 건 아니다. 폰세와 함께 한화의 원투펀치인 라이언 와이스(29), 폰세 못지않은 강속구 투수 드류 앤더슨(31·SSG 랜더스), 홈런 단독 선두 르윈 디아즈(29·삼성 라이온즈) 등도 스카우트의 주요 관찰 대상이다.
국내 선수 이름도 계속 오르내린다. 대표적인 선수가 키움의 주전 3루수 송성문이다. 최근 키움과 6년 120억원의 다년계약을 체결한 송성문은 MLB 진출 의사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키움도 송성문의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참가를 승낙한 만큼 시즌이 끝나면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송성문은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의 빅리그 진출을 도운 미국의 대형 에이전시(ISE 베이스볼)와 계약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 빅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근래 몇 년간 이렇게 많은 스카우트가 집결한 건 처음이다. 2년 전 이정후 때보다 집중도가 높다. 서울은 물론 수원과 인천, 대전까지 관찰 범위가 넓어졌다”며 “현재 대다수 구단의 아시아권 스카우트 팀 절반은 한국에, 나머지는 일본에 파견된 상태다. 9월까지의 현장 평가를 종합하면 정확한 영입 구도가 나올 것 같다”고 귀띔했다. 요컨대 KBO리그의 위상이 높아지고 선수들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한국에 파견된 MLB 스카우트도 바빠졌다는 얘기다.
이 스카우트는 송성문과 관련해 “이정후나 김하성과 달리 아직 스카우트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조금 더 지켜보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도 “지난달 28일 폰세를 상대로 홈런을 쳐 강렬한 인상은 남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