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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푸틴·모디 ‘반트럼프’ 톈진 집결

중앙일보

2025.08.31 09:34 2025.08.3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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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공식 환영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손을 맞잡고 있다. 오른쪽은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 [AP=연합뉴스]
오는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선다. 냉전시대 당시 북·중·러 3국 정상인 김일성·마오쩌둥·이오시프 스탈린도 사진을 함께 찍은 적이 없다.

이성현 조지 H W 부시 미·중 관계기금회 선임연구원은 31일 “천안문 성루에 나란히 선 북·중·러 3국 정상의 모습은 신냉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결정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그간 북·러와 공개적 협력에 신중했던 중국은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제재를 우회하는 회색지대 협력을 본격화할 정치적 명분과 공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과거 마오쩌둥이 스탈린에게 중·소 동맹을 요청하던 시절과 달리, 이제 시 주석은 김정은과 푸틴을 이끌며 당시 스탈린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며 “이는 세 나라의 역학관계가 근본적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안보보좌관은 “군사퍼레이드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오른쪽에, 북한 김 위원장은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공개하며 “북한 김 위원장과 양자회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타스통신에 밝혔다. 오는 3일 천안문 의전이 2015년 방식이 아닌 1959년 모델을 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북·중·러 정상의 도열은 2023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만큼 역사적 장면이 될 것”이라며 “2015년 푸틴·박근혜 대통령 등 외빈을 오른쪽에, 장쩌민·후진타오 등 내빈을 왼쪽에 배치했던 것과 다르게 외빈과 중국 지도자가 번갈아 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9·3 열병식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북·중·러 북방 3각과 한·미·일 남방 3각의 대립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둥리원(董立文) 대만 아태평화연구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세미나에서 “중국 최고지도부 내부의 정치적 변화, 한반도를 둘러싼 북 삼각과 남 삼각의 대치, 26개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권위주의 동맹의 형성 여부”를 3대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31일 베이징의 관문인 톈진에서는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양자회담으로 중국의 외교 ‘수퍼 위크’가 본격 시작됐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을 계기로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를 만난 시 주석은 “용과 코끼리의 협력(龍象共舞·용상공무)을 실현하는 것이 양국의 정확한 선택”이라며 갈등 해소를 희망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와 중국은 적대국이 아닌 동반자며, 의견 차이보다 공감대가 훨씬 크다”며 화답했다.

SCO는 2001년 중·러가 주축이 돼 옛소련 붕괴 이후 민족분열주의, 종교극단주의, 국제테러리즘에 대항하는 중앙아시아 6개국의 다자안보기구로 출범했다. 2018년 인도와 파키스탄, 2023년 이란, 2024년 벨라루스가 합류해 10개국 체제로 확대하며 범유라시아포럼으로 발전했다.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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