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단독] 특검 "한덕수, 계엄 개별임무 지시 문건 직접 받은 뒤 파쇄"

중앙일보

2025.08.31 13:00 2025.08.31 17:5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12ㆍ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방조 및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별임무 지시 문건’을 직접 전달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또 한 전 총리는 해당 문건을 포함해 다른 국무위원들이 남긴 계엄 관련 문건을 모두 수거해 파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의 내란 혐의를 수사 중인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 29일 한 전 총리를 내란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의 개별 임무가 적힌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받았다고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문건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받았던 ‘단전·단수 지시’ 문건과 유사한 성격을 띠며, 계엄 포고령과 함께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증언도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한다. 김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에게 비상계엄 관련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은 “국무위원이 모였을 때 부처별로 기재부 장관처럼 (쪽지를) 하나씩 줬다고 했는데 총 몇장을 준비했나”라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6~7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회 측 대리인은 행안부 장관, 국정원장, 외교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나열했고 김 전 장관도 “그렇다”고 답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특검팀 박지영 특검보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특검팀은 이처럼 한 전 총리가 위법·위헌한 성격의 계엄 포고령과 개별 임무 문건을 사전에 받아 보고도 윤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은 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점을 계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을 가결한 뒤 국무조정실장이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개최를 건의했음에도 묵살하는 등 해제를 고의로 3시간여 지연했다는 점도 내란 방조 혐의 근거라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다만 해당 문건의 구체적 내용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1일 동부구치소에서 참고인 조사에 나섰지만, 김용현 전 장관은 관련해서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 역시 포고령 수령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별 지시가 적힌 문건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을 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사령관 포고령 4분 뒤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4분쯤 국무조정실을 통해 각 행정기관 등에 출입 통제 지침을 하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향후 수사에서 한 전 총리가 개별 임무 문건의 지시 내용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까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 외에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종료 직후 다른 국무위원들이 두고 간 문건을 직접 수거해 파쇄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본인 문건도 함께 폐기된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팀은 이를 증거인멸 정황으로 보고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했지만,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 우려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안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사유를 보면 특검이 제시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내란 혐의에 직결되는지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며 “결국 이상민 전 장관은 단전·단수 지시라는 구체적 실행 행위가 확인됐지만, 한 전 총리는 문건 수령과 폐기만 드러났을 뿐 실행 단계까지 수사가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석경민.김성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