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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도 네카오는 잘 간다” 단, 돈 더 벌려면 이걸 사라

중앙일보

2025.08.31 13:00 2025.08.3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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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플랫폼, 뭘 투자해야 더 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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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특수가 한창이던 2021년, 카카오가 ‘네이버 천하’에 균열을 냈다. 그해 6월 15일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3위에 올라서는가 하면, 3분기 매출이 분기 기준 처음으로 네이버를 추월했다. 그러나 오래가진 않았다. 시총은 한 달 만에, 매출은 1개 분기 만에 다시 네이버에 플랫폼 1등주(株) 자리를 넘겨줬다. 4년이 지난 2025년, 굳건한 1등(네이버)과 이를 추격하는 2등(카카오)의 구도는 그대로다. 하지만 시가총액 격차는 좁혀지는 추세다. 올 초만 해도 두 기업 간 시총 차이는 14조원대였지만, 지금은 6조원대다. 중앙일보 머니랩이 정보기술(IT) 플랫폼 양대 기업의 투자 포인트를 짚어봤다.
◆꿈틀대는 네카오 주가, 계속 갈까=4년 넘게 ‘국민 밉상주’로 불리던 ‘네카오(네이버+카카오)’ 주가가 꿈틀댄 건 지난 6월부터다. 먼저 오른 건 카카오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할 거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6월 5일부터 2거래일간 30% 가까이 뛰었다. ‘1코인=1만원’ 식으로 원화 가치와 1대 1로 연동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시행되면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수혜를 볼 거란 점이 부각됐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정책 추진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새 정부가 6월 15일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을 AI 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한 이후 네이버 주가는 6거래일간 43% 급등했다.

김경진 기자
하지만 7월 이후 주가는 희비가 엇갈린다. 카카오 주가는 소폭 오름세, 네이버 주가는 내림세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올해 2분기(4~6월) 실적에서 찾는다. 카카오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9% 증가한 1859억원을 기록했다. ‘깜짝 실적’이다. 네이버도 영업이익 5216억원(10%↑)을 거둬 시장 기대치에는 부합했지만 다소 아쉬운 성적이란 지적이다. 광고 매출 증가율이 둔화한 데다 수익성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각종 프로모션 집행으로 마케팅비가 31.5%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전문가 사이에선 “둘 다 괜찮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AI 서비스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이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게 한 기업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플랫폼에 장악된 점과 대비된다. 하지만 최근 챗GPT 등 AI 기술로 플랫폼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국내에서도 ‘네카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네이버의 검색 엔진 점유율은 올해 2월 66.4%에서 8월 58.1%로 8%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반면 구글은 같은 기간 국내 점유율을 26%에서 35%로 끌어올렸다. 이런 위기 상황을 뚫을 돌파구가 AI 서비스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AI 서비스를 통해 트래픽(방문량) 점유율이 얼마나 더 늘어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하반기 ‘AI 대결’ 돌입, 서로 다른 전략=대장주인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와 ‘하이퍼클로바X 싱크’를 검색과 광고 등 서비스 전반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AI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LLM은 많은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을 뜻한다. 챗GPT처럼 클로바X도 이용자가 질문하면 창작·요약·번역 등 다양한 형태로 답변한다. 예컨대 “서울 근교에 5살 아이와 가면 좋을 곳을 알려 달라”고 하면 적합한 여행지를 추천하는 식이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만큼 특히 한국어 처리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신재민 기자
네이버의 AI 전략이 ‘검색’이라면, 추격자인 카카오는 ‘관계’에 힘을 쓴다. 카카오는 9월 중 카카오톡 개편을 추진한다. 기존 메신저 서비스를 넘어 소셜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게 핵심이다. 초기 화면인 ‘친구’ 탭은 인스타그램처럼 피드(Feed, 콘텐트를 일정한 순서로 배열해 제공하는 방식)형태로, 세 번째 탭은 숏폼(짧은 동영상) 탭으로 각각 바꾼다. 미국 오픈AI와 개발 중인 AI 서비스(카나나)도 9월 중 1차 공개한다. LLM을 자체 개발한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오픈AI의 챗 GPT를 접목한 AI 서비스를 카카오톡 등에 녹이려 한다. 실적 등 ‘기초체력’도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네이버의 올해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5%, 13.5%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카카오의 3분기, 4분기 영업이익도 각각 24.1%, 151.9%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사려면 1등주보다 2등주?=그렇다면 네이버와 카카오 중 어느 종목을 사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카카오에 더 무게를 둔다.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거다. 양희창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는 “그동안 카카오는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본업에 신경쓰지 않았지만, 9월엔 AI 전략을 적용해 카카오톡을 개편한다”며 “주가를 끌어올릴 모멘텀(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톡 대화방에 챗GPT를 들여오는 건 ‘딥시크’ AI를 탑재한 중국 텐센트(위챗) 사례에서 봤듯이,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전략”이라며 “실제 텐센트의 광고 매출이 가속화한 측면이 있는 만큼 모멘텀이 많은 카카오를 더 좋게 본다”고 했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오픈AI와의 협업 등 AI 전략이 우수하고, 상용화 시기도 빠르다는 점에 점수를 줬다. 최 연구원은 “카카오톡이 (기존 대화형 플랫폼이 아니라) 다목적형 SNS 플랫폼으로 거듭나야만 광고·상거래·구독 매출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며 “낙관하긴 이르지만 잠재력은 크다”고 봤다. 다만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 반응이다. 카카오톡 개편과 AI 전략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사이에서 ‘편의성이 떨어진다’ 등의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면 주가는 지지부진할 수 있다.

신재민 기자
새 정부가 뽑은 ‘국가대표 AI 기업’에서 탈락한 건 주가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최근 ‘국가대표 AI’ 5팀을 선발했는데, 카카오는 고배를 마셨다. 익명을 원한 자산운용사 부장은 “기업 입장에선 돈을 벌어야 주가가 오르는데, 정부 정책은 공공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기업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경우 LLM 개발로 AI 서비스를 정교화하고 있지만, 당장은 수익화와 거리가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강석오 연구원은 “주력 사업인 서치 플랫폼(포털 검색·광고)과 커머스(전자상거래)에 AI를 도입했지만, 성장률 변화가 크지 않다”며 “수익화 계획과 속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주가 반등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태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액티브ETF 본부장도 “AI를 사업에 적용하는 건 또 다른 얘기”라며 “열심히 개발한 LLM이 시장에서 밀리는 순간 비즈니스가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성능 면에서 챗GPT나 제미나이(구글) 같은 빅테크의 AI 모델과 경쟁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커머스 실적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고태훈 본부장은 “우리나라 온라인 상거래 시장 전체 성장률이 둔화하는 와중에 전자상거래 1위인 쿠팡이 전년 대비 20%, 네이버가 5~10% 성장하고 있다”며 “네이버가 쿠팡의 성장률을 계속 따라가느냐가 향후 주가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황의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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