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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 정부가 세 차례 대수술…"고부가 가치 제품 R&D 투자를" [벼랑 끝 석화]

중앙일보

2025.08.31 13:00 2025.08.3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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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 전라남도
위기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일본 석유화학 기업의 사업재편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범용(기초) 제품에서 고부가가치의 스페셜티 제품 위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한국은 일본과 달리 스페셜티 시장의 후발주자인 만큼, 연구개발(R&D) 투자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31일 삼일PwC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일본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일본은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세 번의 칼춤’으로 돌파했다.


1980년대 초 1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오일쇼크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정부가 특별산업구조개선임시조치법(산구법)을 제정하며 칼을 빼 들었다. 노후하거나 중복된 나프타분해시설(NCC) 폐쇄를 명령했고, 기업들은 NCC를 통합해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1990년대에 있었던 2차 구조조정에선 시장의 자발적인 인수합병(M&A)을 유도했다.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산업재생법)을 도입해 합병·분할 기업들에 세제 특례를 주고, 공정거래법 심사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진행했다. 그러자 기업 간 ‘빅딜’이 활발해졌다. 미쓰비시화성과 미쓰비시석유화학이 합병해 현재 일본 1위 종합화학업체인 미쓰비시화학이 출범한 시기(1994년)도 이 때다. 범용 제품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생산업체는 1994년부터 2006년까지 각각 14개→8개, 14개→4개로 줄었다. 동시에 기업들은 전자소재·의료기기 등 스페셜티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차준홍 기자

2000년대 3차 구조조정 때는 정부가 규제 완화·세제 인센티브 등 간접 지원만 남겨 뒀다. 기업들은 ‘콤비나트’(상호 보완적인 공장 등을 한 지역에 모은 기업집단) 통합과 해외 생산기지 확장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일본 석유화학 업체들의 사업재편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미쓰이화학은 저수익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기초 및 그린소재 사업부를 2027년까지 분사한 뒤 다른 회사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본처럼 과잉 설비를 과감히 폐쇄하고, 스페셜티로 다각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일본이 40년에 걸쳐 해낸 체질 개선을 한국은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실행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페셜티 분야 R&D에 더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미쓰비시화학 등 일본 주요 석유화학 6개사의 평균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3.9%였는데, 같은 기간 한국 4개사(LG화학·롯데케미칼·대한유화·금호석유화학)의 평균은 0.9%에 그쳤다.


이상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통의 소재 강국인 일본은 중소기업부터 스페셜티 공급망이 탄탄한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며 “정부가 스페셜티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동시에 정밀화학 분야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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