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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내시경은 위암 정복의 핵심…체계적 관리로 최상 의료 제공할 것”

중앙일보

2025.08.3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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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공동 선정 박종재 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내시경 치료 분야 권위자로 손꼽혀
조기 위암 떼어내 수술 부담 낮춰
시술 표준화로 정확도·안전성 유지

박종재 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젊고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일찍부터 내시경 검진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내시경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검사 도구다. 소화기관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질병의 예방과 진단, 치료에 필수적인 검사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위암·대장암을 일찍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박종재 교수는 국내 내시경 치료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칼 대신 내시경을 무기로 암을 찾아내고 제거한다. 활약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위암이다. 박 교수는 “내시경을 활용한 진단·치료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했다”며 “일반인은 검진 주기에 따라 검사를 잘 받고, 의사는 이를 정확히 진단해 치료하면 위암으로 사망하는 일을 좀 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진료실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Q : 내시경을 활용한 위암 치료는 어떤 경우에 받나.
A : “조기 위암일 때 고려할 수 있다. 즉 1기 위암 중에서도 종양의 깊이가 얕고 림프샘·림프 혈관에 암 전이 가능성이 없는 초기 단계에서 받을 수 있다. 이때는 암 병변을 포를 뜨듯 떼어내는 내시경 점막하 박리법(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이 주로 활용된다.”


Q : 내시경적 치료의 이점은 뭔가.
A : “위의 일부만 절제하기 때문에 위를 많이 보존할 수 있고, 대부분 전신 마취를 할 필요가 없다. 덕분에 입원 기간이 짧아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요즘은 조기 위암 발견율이 높아지면서 전체 위암 환자의 60~70%가 내시경적 치료를 받고 있다.”


Q : 치료 기준이 모호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A : “ESD는 병변의 정확한 성질과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암이 어느 정도 깊이까지 퍼졌는지, 림프샘 전이 위험은 없는지 등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진단적 ESD’를 시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에 따라 내시경적 절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확진되면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반대로 치료 기준에서 벗어났다면 외과적 수술이 요구된다.”



헬리코박터균 치료, 식습관 개선 필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위암 발생 순위는 갑상샘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에 이은 5번째다. 예전보다 발생률이 많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한 해 약 3만 명이 위암 진단을 받는다. 위암 예방 전략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실행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Q : 위암 예방을 위해 강조하는 부분이 있나.
A : “첫째는 헬리코박터균 치료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 발병의 주요 원인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염을 일으키고, 위염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위암 위험을 높이는 주요 질환이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으면 위암 발병 위험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둘째, 식습관 개선이다. 짜고 자극적인 염장류나 탄 음식, 가공육 섭취를 피하고 신선한 채소류를 즐기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는 검진이다.”


Q : 검진은 국가암검진 주기를 따르면 될까.
A : “기본적으로는 4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위 내시경 검사를 2년마다 받게 돼 있다. 그러나 개별 상황을 따져야 한다. 예전에 내시경적 위암 치료를 받은 남성 환자가 있었다. 이후 정기 검진을 통해 몇 차례 더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진료를 왔는데 서른도 안 된 아들을 먼저 떠나 보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다름 아닌 위암 때문이었다. 이처럼 가족력이 있다면 젊더라도, 또 증상이 없더라도 더 일찍부터 더 자주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암 발생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은 전문의와 상의해 그에 맞춘 개별화된 검진에 나서야 한다.”


Q : 교육이 중요할 것 같다.
A : “교육을 통해 검진율을 높이면 위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전(前) 암성 단계에서 치료를 받고 이후 꾸준히 추적 관찰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위암이란 질병을 극복하고, 수술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생존자 관리도 중요한 영역이다. 위암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주요 합병증을 관리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영양 섭취나 정신 건강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박 교수는 내시경 치료 분야 발전의 산증인이다. 용종 제거부터 스텐트(의료용 얇은 관) 삽입, 식도 정맥류 치료, 조기 위암 수술 등 내시경 치료 기법을 두루 섭렵해 국내 정착에 힘썼다. 고난도 기술인 만큼 전문 인력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집중해 왔다.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


박 교수가 이사장으로 몸담고 있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내시경 보는 의사와 내시경을 다루는 의료기관의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Q : 어떤 점을 특히 신경 쓰고 있나.
A :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려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학회는 ▶전문 인력의 역량 강화 ▶표준 지침 공유 ▶초보자 교육 ▶우수내시경실 인증 등을 통해 질적 수준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특히 진단율 향상과 시술 기법의 표준화를 이뤄 높은 정확도와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Q : 내시경 분야 발전을 위한 과제는.
A : “전 세계적으로 신기술이 발 빠르게 개발·도입되고 있다. 국가 산업적인 측면에 기여할 수 있도록 내시경 기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연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내시경 검사·치료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전주기적 관리 체계를 확립해 환자가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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