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대서양에 접한 가봉은 적도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지대 국가이다. '밀림의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가 의사로서 평생 헌신한 곳이다.
이 나라에서는 올해 4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당선자는 브리스 올리귀 응게마이다. 2023년 공화국수비대 사령관이던 응게마는 사촌형인 알리 봉고 온딤바 전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한 뒤 과도정부 군정을 이끌다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정식으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가봉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친숙한 아프리카 국가이다. 아프리카 54개국 중 우리나라와 가장 먼저 수교(1962년)한 나라라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가 되겠지만, 그보다는 42년간 장기 집권했던 오마르 봉고 온딤바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 때문일 것이다.
오마르 봉고 온딤바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1967∼2009년) 4차례 방한해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했다.
그의 아들이자 쿠데타로 쫓겨난 알리 봉고 온딤바 전 대통령은 부친을 따라 2번, 국가수반이 되어서는 3번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2015년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두 부자의 성은 원래 봉고였으나 오마르 봉고가 2004년 아버지 이름인 '온딤바'를 붙여 '봉고 온딤바'가 됐다.
그의 본성인 봉고는 기아차 브랜드 '봉고'와 같아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아니냐는 설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기아차의 봉고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영양의 명칭에서 따왔다는 게 정설이다.
두 부자의 56년 세습권력을 쿠데타로 무너뜨린 브리스 올리귀 응게마는 임시대통령이던 지난해 11월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면서 연임을 한차례로 제한한 개헌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이 개헌안에는 가족 구성원이 대통령직을 이어받을 수 없도록 한 규정도 들어있다.
현직 대통령의 성 응게마는 가봉 인접국인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의 성과 같다. 응게마는 가봉, 적도기니, 카메룬 등에 거주하는 팡족의 성씨다.
적도기니의 독재 권력자였던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 전 대통령은 1979년 조카인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현 대통령에 의해 쿠데타로 쫓겨나 처형당했다.
그는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던 1977년 아내와 자녀들을 북한으로 피신시켰는데, 그중 막내딸 모니카는 16년간 평양에 머물며 대학까지 마쳤다. 한국에도 잠시 거주했던 모니카는 책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은 46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장기 집권 국가원수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고웅석
저작권자(c)>